경기 김포를 비롯한 서울 인접지역을 서울에 편입해 ‘메가시티 서울’로 만들자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3명이 제각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지역 민심도 반영해야 하지만 지자체장으로서의 위상 변화나 다음 선거에서의 유·불리까지 고려할 것이 많다.5일 각 지자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핵심지역을 서울에 빼앗길 수도 있게 된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런 건 정책도 아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오 시장은 대외적으론 “논의해 보겠다”는 정도의 신중한 태도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고 여기고 있다. 반면 인천 유 시장은 메가시티 서울이 현실화하면 인천 내 주요 기능이 서울로 흡수되는 효과를 우려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다.
○계산기 두드리는 오세훈 시장
외부에서 보기에 ‘메가시티 서울’론의 최대 수혜자는 오세훈 시장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추진하는 방안대로라면 서울은 현재 인구 940만명(전체 인구의 18.2%) 도시에서 1320만명(25.6%) 메트로폴리스(광역도시)로 확대된다. 물론 오 시장이 곧바로 메가시티 서울의 수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진 과정에서 오 시장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판’이 벌어지는 것은 큰 장점이다. 위상도 한층 올라간다. 서울시장은 이미 각 부처 장관들과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지자체장이다. 메가시티 서울시장은 부총리급 이상의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대외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김포 편입만 거론될 때는 폐기물 처리장 용지 확보, 아라뱃길 확보 등의 이점이 있었지만 메가시티화하면 부정적인 효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서 “도시가 생성 발전 확장되면서 주변도시와 경계가 이어지는 연담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도 “6일 김병수 시장을 만나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서울 주변부 주민들은 김포나 고양시가 편입되면 지원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재정구조는 서울시와 각 구청이 각각 지방세를 거두되, 서울시가 강남구·중구 등 지방세 수입이 많은 구에서 돈을 걷어서 노원구·강서구 등 모자라는 구에 나눠주어서 대개 비슷비슷하게 살림살이를 꾸려갈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김포 등 다른 지역이 편입되면 지원받을 수 있는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과 이승환 국민의힘 중랑을 당협위원장 등은 “새로운 서울을 만들 게 아니라, 역차별을 받고 있는 서울 내 지역부터 잘 챙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결사반대’ 김동연 VS ‘묵묵부답’ 유정복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김동연 지사는 “김포시 서울 편입 추진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써 가며 결사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초 김포의 서울편입론은 김 지사가 추진하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계획에 반발하며 시작됐다. 경기북도 일원이 되느니 서울시 김포구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론으로 확장되면서 김 지사의 경기북도 독립 주장은 힘을 받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경기도 고위 관계자는 “서울 편입 후에 세수가 줄어들 수 있고, 교육 및 인프라 증진 효과도 별로 없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 자연히 편입여론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의 수장으로 여당 소속인 유정복 시장은 김포시장과 김포지역 국회의원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인천은 김포와 가장 가깝고, 1995년에는 김포를 인천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던 ‘이웃사촌’이다. 하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완전히 테이블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 인천지역 정치인은 “‘메가 서울’ 얘기가 자꾸 나오는 배경에는 인천이 인구 300만명에 가까운 광역시면서도 주변부 경제를 견인할 만큼 활발하게 성장하지 못했던 점도 반영됐다고 본다”면서도 “자칫하면 인천 내 각종 기능도 메가시티 서울에 흡수될 수 있으니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인천 영종국제도시에선 인천도 서울로 편입해 달라는 취지의 글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인천=강준완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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