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나라 별로 현지화 된 강점이 있는 인공지능(AI)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올 8월 선보인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검색 사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같은 단어를 검색하더라도 한국과 미국, 일본의 결과물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는 각 나라 사람들이 검색을 하는 의도와 그 맥락을 형성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LM 분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과 한국인의 언어 구사력이 같을 수 없듯이 가장 '사람과 가까운' AI는 범용적인 게 아닌, 지역적인 것이란 설명이다. "결국 AI를 개발을 할 때도 각 나라별 언어 뿐 아니라 문화까 고려해 가장 적합한 모델을 만들어 주는 게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AI 기술이 상향 평준화 될수록 차별화 요인이 필요하다"며 "일본어의 경우 네이버가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별, 언어별 학습 데이터에 대한 전략적 판단을 잘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는 검색, 쇼핑 등의 분야에서도 후발 주자로 들어가서 꾸준하게 발전시킨 경험이 있다"며 "AI 분야에서도 글과 이미지 등을 조합해서 결과 값을 내놓는 멀티 모달 서비스를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쯤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의 성장 동력인 온라인 쇼핑 분야에선 배송 강화를 통해 쿠팡과 경쟁하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CJ대한통운, 물류 스타트업 등과 협업해 소비자가 네이버에서 구매한 상품을 언제 받을 지 알려주는 도착보장이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오늘, 내일 바로 받길 원하는 소비자 니즈가 많다면 충족해 주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견줄 만한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쿠팡의 1P 모델(상품을 직접 구매한 뒤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3P 모델'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근 국내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 상승에 "위기감을 느낀다. 네이버 구성원들은 혁신하지 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항상 갖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50%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구글과 검색 기술력으로 1대1로 싸워 이기겠다는 생각 보다는 구글과 다른 무엇인가를 더 줘야 한다는 식으로 서비스를 개발해 지식인, 블로그, 카페, 쇼핑 등을 한 것 처럼 앞으로도 빅테크와 다른 뾰족한 서비스를 발굴해서 위기를 탈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매일이 위기란 말을 했을 정도로 생존을 늘 걱정해야 했다"며 "네이버는 모바일,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잘 이겨냈고, 이번 AI 기술 혁명에도 남들이 줄 수 없는 뾰족한 무언가를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판 당근마켓 포쉬마크에 대해선 빠르게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쉬마크 인수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은 기우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그는 "당초 내년 에비타(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의 영업이익) 흑자를 낼 것으로 봤는데, 올해 당장 흑자가 기대된다"며 "포쉬마크는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검색, 광고 등 기존 기술을 해외에서 접목해 볼 수 있어서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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