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산업 현장에서 AI를 적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중심에는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개발, 서비스하는 LG AI연구원이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를 통해 LG그룹의 생산성을 최대 2% 정도 올리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배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AI 전문가로 스타트업과 SK텔레콤 등에서 일하다가 2016년 LG그룹에 합류했다. 2020년부터 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가전, 정보기술(IT) 서비스, 화학, 통신 등 LG의 주력 사업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제조 공정에 차세대 비전 검사 시스템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배 원장은 “인쇄회로기판(PCB)과 카메라모듈 생산 준비 기간을 88% 줄일 수 있게 됐다”며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도 비전 검사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클린테크 등 LG그룹의 미래 사업에도 LG AI연구원이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LG화학 신약 개발 연구원들은 LG AI연구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활용한다. 사람이 1만 번 넘게 되풀이하는 분자구조 설계, 실험 등의 과정을 AI가 대체한 것이다. 약 4년 걸리는 신약 개발 기간이 4개월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배 원장은 “미래 사업인 바이오와 클린테크에 AI 기술을 접목해 차별적인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는 것도 우리 몫”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설립 초기 70여 명에 불과하던 LG AI연구원 직원은 3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안팎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배 원장은 LG AI연구원의 기술력을 글로벌 빅테크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최근 공개한 엑사원 2.0을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를 지원하는 ‘이중언어 모델’로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해외 기업들이 먼저 찾아와 협력을 제안하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LG AI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문서 이해 기술을 글로벌 논문 검색 기업에 제공해 라이선스료를 받고 있다. 배 원장은 “기업에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 원장의 최근 관심사 중 하나는 인재 양성이다. LG는 지난해 하반기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LG 에이머스’를 시작했다. 배 원장은 “3기까지 6000명에 달하는 교육생을 배출했다”며 “LG 연구원들의 지도 아래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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