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근로복지공단이 법규를 잘못 해석해 보험료를 과도하게 매기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잘못 부과한 보험료를 돌려주는 환급금 제도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기업이 돌려받지 못한 보험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과 경제계에 따르면 공단은 최근 A금융사의 건설 장비를 판매하는 ‘리스·할부 모집인’ 146명에게 3억7100만원의 고용·산재보험료를 부과했다. 2021년 7월 고용보험법 개정으로 금융권의 ‘대출 모집인’도 고용·산재보험 적용이 의무화됐는데, 공단은 A사의 ‘리스·할부 모집인’을 ‘대출 모집인’으로 해석해 보험료를 걷어간 것이다. 하지만 A사가 “두 모집인은 엄연히 다르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공단은 법률 검토 끝에 “해석에 오류가 있었다”며 고용보험료 3억600만원, 산재보험료 6500만원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A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업계에선 잘못 부과됐는데도 공단이 제대로 알리지 않아 기업들이 돌려받지 못한 산재·고용보험료만 최소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직원 230명을 고용한 프랜차이즈 업체 B사는 근로자 보수총액의 0.45%를 고용안정 보험료로 내면 되는데 공단이 실수로 0.65%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더 냈다가 나중에 문제점을 파악해 초과 납부분을 돌려받았다.
B사는 매출이 적어 고용안정 보험료율 0.45%를 적용받을 수 있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감안하지 않고 보험료율을 할인 없이 0.65%로 매긴 게 문제였다. B사는 나중에야 문제점을 파악한 뒤 2년치 초과 납부 보험료 3000여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기업 도산 등의 이유로 임금, 퇴직금을 못 받은 근로자에게 정부가 일정 기간 임금과 퇴직금을 대신 지급할 때 쓰는 ‘임금채권 부담금’도 공단이 과다 부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부담금은 산재보험료에 포함돼 있으며 근로자 보수총액의 0.06%다. 다만 기업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거나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경우 임금체불 우려가 작기 때문에 공단은 부담금을 최대 절반(0.03%)까지 환급해준다.
문제는 공단이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서 기업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과분을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금 청구시한도 3년밖에 안 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채권 부담금은 5634억원이었지만 이 중 기업이 돌려받은 환급금은 423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기업이 돌려받아야 하는 돈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이 2021년 기준 53.3%였고, 특히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91.4%에 달한다는 점에서다.
일부 노무법인은 기업을 대상으로 초과 납부한 고용·산재보험료를 확인하고 환급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고 그 대가로 환급액의 30%가량을 떼기도 한다. 모 기업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이 홍보만 제대로 했다면 안 내도 될 돈이나 수수료를 기업이 부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공단 측은 “개별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여부는 금융회사와 정보 공유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공단이 환급 대상 기업을 알 수 없고, 못 받아간 환급금이 얼마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공단, 금융사가 퇴직연금 가입 정보 등을 공유해 기업이 못 받아가는 환급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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