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국내 간판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한국경제신문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10대 그룹의 기획·전략·재무 임원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 환경’을 물은 결과 7곳이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기(2008년) 이후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곳도 있었다.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란 긍정론은 1곳에 그쳤다.
기대했던 경기 반등이 늦어지면서 10대 그룹 중 4곳은 내년 사업계획의 밑그림도 못 그린 것으로 조사됐다. 11월은 보통 이듬해 사업계획의 얼개를 확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다듬는 시기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외 경영 리스크(위험 요인)는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소비시장의 주요 축인 중국은 경기 회복이 늦춰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은 더 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나타나고 있는 정치권의 반기업·친노동 행보도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10대 그룹 대다수는 올해 본격화한 ‘비상경영 체제’를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고금리에 중국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무역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한국의 기업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해 기술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형규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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