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6일 15: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계기업의 저수익 사업 정리에 치우쳤던 구조조정 양상이 점차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류길주 삼일PwC 딜 부문 1그룹장(부대표)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업재편을 원하는 대기업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의 대기업 매물을 원하는 사모펀드(PEF) 간 합작 사례가 내년 더 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딜 1그룹은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PEF, 중소·중견기업의 인수합병(M&A) 자문을 담당하는 삼일PwC의 핵심 조직이다. 올해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매각, SKC의 중국 반도체 기초소재사업 매각, 한앤컴퍼니의 쌍용레미콘 매각과 루트로닉스 인수자문,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 실사 등을 담당했다. 수장을 맡고 있는 류길주 부대표는 SK와 현대차 등 주요 그룹사의 사업구조 재편을 도와온 '기업통'이다.
올해는 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진 해였다. 류 부대표는 "기업들이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보수적인 기조로 선회한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꾀하고 있다"며 "신사업은 집중 육성하고 비핵심 사업은 신속하게 매각, 철수하거나 재편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연스럽게 기업 자문의 성격도 달라졌다. 류 부대표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더라도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이나 전략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카브아웃(carve-out) 매각하는 사례가 올해 자주 있었다"며 "향후 대기업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과 신사업 재편은 한계사업의 정리와 저수익 사업의 매각에 그치지 않을 것"고 예상했다.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SK피유코어, SKC 중국 반도체 기초소재사업(웨트케미칼·세정사업) 매각 등 SK그룹 딜은 딜 1그룹이 직접 딜 발굴부터 매수자 연결, 회계 및 총괄자문까지 모두 맡아 성사시켰다. SKC의 필름사업에 이어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는 한앤컴퍼니로, SKC 피유코어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 올해 주인이 바뀌었다.
대형 PEF와의 합작 사례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 부대표는 "수익성 개선의 노하우와 경험을 보유한 중견기업, 특히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PEF가 앞으로도 주 원매자로 나설 것이라 본다"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PE와 달리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 PE들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볼트온(bolt-on) 거래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나 PEF들을 대상으로 불황기에 적합한 투자 전략도 제시하고 있다.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을 판별하는 3가지 방법'으로 △시장이 안정적이고 장기적 성장이 예상되는 경우 △견고한 사업관계, 기술·공정의 복잡성, 정부 규제 등 경쟁자 진입이 어려운 진입장벽이 있는 경우 △경쟁자와 비교해 비교우위와 지배력이 있는 경우 등을 꼽았다.
사업부 매각에 성공한 기업들의 투자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딥체인지'로 대표되는 탈카본 신재생에너지,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CDMO(위탁생산개발) 헬스케어 투자를 꼽았다. SK팜테코와 SK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처럼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미래 성장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성격의 투자유치가 늘 것이라 봤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과 관련된 유수업체와의 합작법인(JV)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최근 동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최근 부진을 겪었는데 이를 인도 등 동남아와 미국 시장에서 만회하면서 투자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 부대표는 "최근과 같은 딜 불황기에는 거래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딜 1그룹은 대기업, PEF, 중견·중소기업 고객 그리고 주요 산업인 인프라·부동산·신에너지까지 담당하면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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