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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중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신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을 장기간 지속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금리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신흥국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현시점에서 인도네시아 루피아, 태국 바트화, 필리핀 페소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최적의 투자처라고 제언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이 미국과 달리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국 통화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외환 비축해놓고 있다.
브랜든 맥케나 웰스파고 신흥국 전략가는 "이 세 국가의 외환보유고도 넉넉한 수준이다"라며 "최소 3개월 이상 수입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화 긴축 중단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10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15만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망치 18만개를 밑돌았다. 지난 1년간 평균치(25만 8000개)를 크게 하회했다. 노동시장 냉각으로 Fed가 금리 정책을 전환(피벗)할 것이란 기대감은 커졌다.
반면 신흥국 중앙은행은 되레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아시아 통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루피아화 강세를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필리핀은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통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블룸버그 아시아 신흥국 통화 지수는 지난 한 주간 0.9% 상승하며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상승세가 신흥국 통화지수를 끌어올렸다.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에 대한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블룸버그가 3개월간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외화 옵션 시장에서 중국, 인도, 대만, 한국 등의 통화는 약세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위안화와 인도 루피화,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지난 한 달 간 환율 변동성이 가장 낮은 자산으로 꼽히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BNY멜론투자운용사의 매크로 투자 담당자인 아닌다 미트라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유연성이 충분하고, 정채적인 완충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며 "각 국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같은 취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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