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천후 수비수' 김하성…한국인 첫 MLB '황금장갑' 품었다

입력 2023-11-06 19:25   수정 2023-11-07 00:54

‘어썸킴’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황금장갑’을 품었다.

김하성은 6일 발표된 2023 MLB 양대 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 명단에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 골드 글러브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만능 야수를 뜻하는 유틸리티 야수 부문 상은 2022년 처음 생겼고, 이 부문에서 김하성은 최종 후보에 오른 무키 베츠(로스앤젤레스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골드글러브를 획득한 건 스즈키 이치로(2001~2010년 10년 연속 수상) 후 김하성이 처음이다. 이치로가 외야수로 뛴 것을 고려하면 김하성은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 글러브를 낀 선수가 됐다. 김하성은 올 시즌 주 포지션인 2루는 물론 3루, 유격수 등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견고한 수비를 뽐냈다. 특히 아시아 선수는 타구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빅리그 내야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지운 것도 의미가 크다.

김하성은 “아시아 전체의 어린 내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희망한다”며 “개인적으로도 대단한 성취지만, 그런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계 내야수가 빅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많은데, 꿈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가 올해 산더르 보하르츠를 영입하면서 유격수 자리를 보하르츠에게 내주고 2루로 이동했다. 2루수로 101경기, 3루수로 30경기, 유격수로 18경기에 출전해 파드리스 내야를 지켰다. 그러는 동안 수비수가 얼마나 실점을 막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인 DRS(defensive runs saved)에서 총 16을 기록했다. 2루수 DRS 수치는 올해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12) 다음으로 높았다.

골드글러브상은 주관사인 야구용품 제작업체 롤링스가 30개 구단 감독과 팀당 최대 6명으로 이뤄진 코치진의 투표, 미국야구연구협회의 수비 지표를 합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코치진 투표 비중이 75%를 차지하고 통계 수치인 수비 지표는 25%에 불과하다. 이런 선정 방식을 봤을 때 김하성은 숫자로 보여지는 것 외에도 다른 팀 지도자들로부터 수비 실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하성은 오는 10일 발표할 예정인 실버 슬러거에서도 베츠,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스펜서 스티어(신시내티 레즈 등과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다만 포지션별 최고 공격력을 뽐낸 선수를 뽑는 실버 슬러거에선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뛰어나 김하성의 수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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