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17년 어느 날 한 민원인 할아버지가 우체국 직원이 자신의 통장에서 돈을 훔쳐갔다며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경찰을 불러 확인해 보니 할아버지가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천천히 세어본 후 상의 호주머니에 넣고 나간 것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CCTV가 조작됐다며 팀장인 제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후 지옥이 시작됐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00회나 우체국을 방문해 하루 최소 30분에서 2시간씩 창구에서 “도둑 X” “가랭이를 찢어죽일 X” 등의 고성과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올 때마다 신고했더니 경찰 지구대마저 불평을 할 정도였지만, 서울청과 우정사업본부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해 주지 않았습니다.”
서울 모 우체국 소속 A 팀장은 지난 6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주최한 ‘공무원 악성민원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증언한 내용이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 팀장은 2021년 암에 걸렸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민원인은 A 팀장을 또 다시 사기죄로 고소했다. 피의자로 조사 중인 사건만 7건이다. A 팀장은 "그 민원인을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노총은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조합원 7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무원 악성 민원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공무원 과반수 이상이 이직할 의향이 있었다고 답했으며, ‘악성 민원’과 ‘낮은 보수’가 이직 뜻을 품게 된 주된 이유로 꼽혔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84%에 해당하는 5933명이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3.6%는 “악성 민원, 낮은 보수 탓에 이직에 대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성별별로 분석한 결과 남성 직원은 3238명 중 18.4%가 ‘있다’고 답해, 여성(13.9%)보다 비율이 조금 높았다. 악성 민원 처리 빈도는 응답자 5933명 중 70%인 4152명이 “월 평균 1회 이상”이라고 답했다. 월 평균 1~3회가 42.3%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6회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5.6%에 달했다.
악성 민원의 종류는 다양했다.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민원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민원이 67.0%(397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적절한 응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민원 제기 66.6%(3952명) △업무상 불합리한 민원 요구 41.4%(2457명)로 뒤를 이었다. 위협을 느낄만한 협뱍을 당했다는 사람도 열 명 중 한 명 꼴인 9.3%에 달했다.
악성 민원에 따른 후유증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엔 98%가 후유증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7.6%는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이 있다고 답했다. ‘퇴근 후에도 민원인을 응대할 때 힘들었던 감정이 남아 있다’가 68.1% (4038명)로 가장 높았다. 후유증이 있다고 응답한 98%의 공무원 중 48.7%는 ‘신체 건강의 악화’로 이어졌고, 10%는 ‘병원 입원 또는 휴직,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복용’했다고 응답했다. 직급이 낮을수록 ‘업무 집중력 감소’, ‘퇴근 후 힘들었던 감정’, ‘새로운 민원인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후유증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속 기관의 적절한 조치가 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76.3%(4528명)이었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4.1%(241명)에 그쳤다. 상사나 동료가 적절한 지원을 해주는지 묻는 질문에도 43.5%인 2578명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악성민원 대응에 가장 필요한 대책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엔 ‘악성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가 75.8% (5350명)으로 가장 높았다. 소속 기관이 중심이 돼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74.6%(5269명)로 뒤를 이었다.
이직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있다’는 응답은 53.6%(3782명), 없다는 응답은 46.4%(3279명)로 조사됐다. 남성(49.1%) 보다 여성이 57.3%로 이직에 대한 의향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령과 직급, 근무연수가 낮을수록 이직에 대한 의향이 높았다. 이직 의향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복수응답) ‘낮은 보수’가 71.1%(2689명), 악성민원에 대한 스트레스 70.2%(2654명)가 가장 높았다. 과다한 업무가 42.5%, 직무에 대한 실망감이 33.2%, 수직적이고 경직된 문화가 32.6%로 높았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공직사회가 하루하루 악성민원으로 쓰러져가고 있다"며 "기관장의 노동자 보호 의무 강화, 기관 차원의 고소·고발 의무화, 민원인의 의무 구체적 규정, 의무 위반 시 강력 처벌, 민원 종결처리 절차 명확, 민원조정위원회 관련 규정 정비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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