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은 두 달 연속 줄고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도 눈에 띄게 감소해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서는 등 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집주인은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다.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의 힘겨루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9319건으로 집계됐다. 3일(8만452건)엔 8만 건을 웃돌았다. 이후 다소 줄어 이날 7만6868건을 기록했다. 1월 매물이 5만 건 내외였던 점을 고려하면 집주인이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올해 들어 6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는 건 급매물이 소진된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 특례보금자리론 일부 상품과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중단 등이 겹치며 매수세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5월 연 4.21%에서 9월 연 4.35%로 올랐다. 현재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7%를 넘는다. 그 결과 거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3854건으로 올해 고점을 찍은 뒤 9월 3361건으로 뒷걸음질했다. 아직 신고 기간(30일)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날 기준 10월 거래량은 1533건에 불과해 두 달 연속 거래 감소가 확실하다는 평가다.
6월 950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갭투자도 9월 398건으로 쪼그라들었다. 9월 서울 전체 거래 대비 갭투자 비중은 6%로 2021년 1월(3%)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보였다.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빠르게 오르다 보니 서울에서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광진구 중곡동 하이브3 전용면적 17㎡는 9월 1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보증금 1억55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전세보증금이 시세보다 2500만원 많은 거래였다.
매섭게 오르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한풀 꺾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한국부동산원 기준)는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매주 0.1% 넘게 올랐다. 지난달 둘째주부턴 0.07~0.09% 수준의 오름폭을 보였다. 9~10월 들어선 실거래가가 이전보다 떨어진 단지도 나왔다. 서대문구 홍은벽산 전용 84㎡ 11층 물건은 9월 7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6억5750만원으로 하락했다. 영등포구 당산푸르지오 전용 84㎡는 8월 6층 물건이 11억7200만원에 팔렸는데 9월 19층짜리가 10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가격이 내려가려면 급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2021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라 주택을 빨리 처분할 유인이 부족하다”며 “내년도 서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까지 보합세 내지는 강보합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2795가구에서 내년 9656가구로 급감한다.
약세로 전환하는 등 가격 조정을 예상하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들어 아파트 시장은 공급 요인 못지않게 금리, 유동성, 통화량 등 금융 변수의 영향이 커졌다”며 “당분간 소강 속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매물이 쌓이면 집값 조정이 불가피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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