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종근당에 따르면 이번에 기술수출한 ‘CKD-510’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10년부터다. 종근당은 그동안 특정 효소(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활동을 저해하는 신약 후보물질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후성 유전’으로 잘 알려진 단백질 변형(아세틸화)에 영향을 주는 세포 활동을 억제해 질환을 치료하는 원리다.
HDAC6 저해제는 그동안 항암제 개발에 많이 활용됐다. 종근당은 암 이외 질환 치료에 초점을 맞췄다. HDAC6를 억제하면 신경 퇴행성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치매, 헌팅턴병 치료제 연구 등을 이어왔다. 희귀 근육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도 그중 하나다. 프랑스에서 유럽 임상 1상시험을 마쳤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 신약 개발 수요가 높다는 점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3월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심장질환 치료 가능성도 확인했다. 지난해 8월 유럽심장학회에서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 치료에 CKD-510을 활용한 동물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약효가 크지 않고 부작용도 심한 기존 치료제와 달리 질환의 근본 원인을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종근당과 노바티스의 거래 규모가 커진 데에는 이런 확장 가능성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평가다.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혁신 신약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술수출 계약은 주요한 전환점이 됐다. 신약 개발 이력이 길지 않은 국내 기업이 단숨에 글로벌 표준화된 임상시험 절차, 규제 과학 등을 익힐 수 있어서다. 올 들어 의료기기 분야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 거래가 이뤄진 것과 달리 국내 신약개발 분야에선 이렇다 할 대형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기술수출 가뭄’을 겪는 업계에 숨통을 터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종근당은 후속 신약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임상 1상시험 단계인 이중항체 항암제 ‘CKD-702’,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의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매년 매출의 12% 이상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혁신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해왔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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