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1년만에 사실상 철회한다. 비닐봉투 사용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단속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증가에 따른 환경 파괴를 방지한다며 2021년 11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24일부터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을 제한해 왔다. 당시 소상공인의 부담을 고려해 1년간 계도 기간을 뒀지만 오는 23일자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먼저 비닐 봉투 사용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단속을 중단하고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등 대체품 사용을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 사실상 대체품 사용이 안착됐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가 올해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이미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종량제 봉투는 23.5%, 종이봉투도 6.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커피숍 등 매장에서 쓰이는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계도 기간은 무기한 연장한다. 대체 품목인 종이 빨대 등이 가격이 플라스틱 빨대 보다 무려 2.5배나 비싸지만,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눅눅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이 높아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고객과의 갈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 대체품의 품질 개선 등을 고려해 계도 기간을 연장한다.
환경부는 계도 종료 시점을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는 평가다.
종이컵은 아예 1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한다. 지난해 11월 24일 일회용품 규제 대상 품목에 포함된 후 1년 만이다. 종이컵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등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세척할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는 등 일선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브리핑에 나선 임상준 차관은 "종이컵 사용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며 "조급하게 도입된 정책이 한쪽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일회용품 줄이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매장에는 다회용 컵, 식기세척기 등 다회용품 사용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또 우수 참여 매장은 소상공인 지원사업 선정·지원 시 우대조건을 부여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임 차관은 “원가 상승, 고물가, 고금리에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은 우리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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