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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리튬 생산업체들이 리튬 가격 하락으로 주춤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 리튬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엘버말의 켄트 카스터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리튬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속에서 (기업 인수에) 더 보수적으로 접근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을 중국 라이벌들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앨버말은 지난달 15일 호주 리튬생산업체인 라이온타운리소스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호주 광산 재벌인 지나 라인하트 핸콕프로스펙팅 회장이 라이온타운리소스 지분을 일부 확보하면서다.
앨버말은 올해 리튬 가격 하락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리튬 가격은 t당 16만위안으로 전년 동기대비 70% 넘게 하락했다. 전세계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시장 성장세가 더뎌진 여파다. 전기차 대표 기업 테슬라의 3분기 차량 판매량은 43만5000대로 2분기 46만6100대에 비해 약 7% 감소했다. 공급 과잉 역시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배터리 리튬금속 보고서(2030)’에서 올해 세계 광산 업체들의 리튬 생산량은 95만t, 수요는 75만t으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고 봤다.
리튬 가격 하락은 앨버말의 현금 흐름을 위협하고 있다. 앨버말의 지난 3분기 조정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억5300만달러(약 5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앨버말이 주춤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리튬 광산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3분기 짐바브웨의 리튬·에너지 분야에 대한 27억9000만 달러(약 3조6000억원)의 투자 허가를 따냈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약 10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에티오피아·말리·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도 중국 기업이 지원하는 광산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페루를 중심으로 남미 리튬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기업 CATL이 이끄는 컨소시엄은 볼리비아에 위치한 리튬 추출 공장에 14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페루 항구 도시 찬카이에 3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전세계 리튬 매장량 약 56%를 보유한 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의 ‘리튬 트라이앵글’과 중국 시장을 연결하기 위한 의도라는 평가다.
로라 리처드슨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3월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경제·외교·기술·정보·군사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라며 “리튬 트라이앵글에 대한 중국의 적극성과 리튬 확보 노력은 아주 영리하고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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