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억원대 골프장을 공익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권모세 더헤븐리조트 회장(70·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골프장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은 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생각했던 일”이라며 “반대할 수도 있었을 텐데 흔쾌히 저의 결정을 받아들여준 가족과 주주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최근 경기 안산시 대부도의 더헤븐CC(27홀)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112만7000㎡에 이르는 골프 코스와 연면적 1만5416㎡ 규모의 클럽하우스 등 부대시설의 감정평가액은 3028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권 회장은 지난해 초 이미 200억원 상당의 더헤븐리조트(당시 이름은 아일랜드CC) 지분 12.5%를 복지재단에 기부했다.
권 회장은 골프장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린다. 그는 1980년대 서른을 넘겨 뛰어든 레미콘 사업(시화레미콘)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미국 플로리다 새러소타의 ‘롱보트 키 골프클럽’을 보고 전격적으로 사업 방향을 골프장으로 바꿨다. 2000년의 일이었다. 그는 “내로라하는 부호들이 한데 모여 살던 지역에서도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롱보트 키 골프클럽) 골프장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며 “천국 같았다”고 회상했다.
골프장 지을 땅을 고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권 회장은 더헤븐CC 부지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권 회장은 “당시 이곳은 경기도가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 아껴둔 땅이었다”며 “세계적인 골프장을 짓기에 모든 여건이 다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강하게 밀어붙였다”고 했다.
골프장 사업 경험이 전무했던 권 회장에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땅을 사들이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10년이 넘어선 2012년에야 티샷을 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과의 분쟁으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권 회장은 “2000년대 전국에 골프장을 보유한 중견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것만 봐도 골프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며 “이렇게 오래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부 사실을 아내한테 처음 털어놨을 때 두 손을 들고 환영한 것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었는지 알 수 있다”며 웃었다.
직접 주주들을 만나며 설득한 권 회장의 노력 덕분에 지난달 27일 더헤븐리조트 주주 중 93.7%가 기부에 동의했다. 내년 상반기 이양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체적인 기부 방식과 절차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회장은 “골프장 운영비를 제외하고 해마다 100억원 이상이 사회의 어려운 곳에 흘러나가도록 할 계획”이라며 “장학사업과 노인 복지사업 등에 돈이 바르게 쓰여지는지 마지막까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헤븐CC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끝까지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조희찬/사진=최혁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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