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종이컵, 빨대, 젓는 막대 등 일회용품 추가 규제를 시행하면서 1년의 계도기간을 뒀다. 하지만 편의점, 카페 점주 등은 처음부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만 해도 그렇다. 일회용컵의 경우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뿐만 아니라 회수한 컵의 세척, 보관 등이 일찍부터 문제로 지적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의 소상공인들로선 인력 추가 투입, 세척기 설치 등에 여력이 없어서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인 종이 빨대는 값이 더 비싼 데다 음료를 마시는 도중 풀어져 맛을 해치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일회용컵, 플라스틱, 비닐 등 환경을 저해하는 용품들의 사용을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친 불편과 희생을 강요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 일회용품 규제 포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딱딱한 규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부드럽게 유도하는 자발적 참여다. 종이컵, 비닐봉지,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품을 대신할 수 있는 다회용품 사용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13%에 불과한 종이컵 재활용(환경부 추산) 확대,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자부심 고취 등의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다.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규제는 불가피한 국제적 추세여서 언제까지나 유예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규제 시행을 위한 기반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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