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으로 선임된 신진호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 왼쪽)는 7일 “여러 종류의 고혈압 약을 써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위한 선택지가 넓어져야 한다”며 “RDN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혈압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많지만 여전히 치료 수단이 부족하다”며 “치료 도구가 늘수록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와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오른쪽)는 RDN을 준비하고 있다. 신장에서 혈압 상승 신호를 보내는 교감신경을 차단해 혈압을 낮춰주는 원리다. ‘중증 고혈압을 수술로 치료한다’는 개념이 낯설지만 의료계에선 오랜 기간 입증된 치료법이다. 신 교수는 “신장 동맥 주변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압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라며 “다만 수술 부담 때문에 그동안 혈관 속으로 전극도자를 넣어 고주파를 전달해 신경을 망가뜨리는 방식을 썼다”고 했다.
혈관 안에서 밖으로 에너지를 전달해 혈관 외벽에 붙은 신경을 망가뜨리는 고혈압 치료기기 개발에 도전한 기업은 많았다. 메드트로닉, 보스턴사이언티픽 등이 2013년과 2014년 각각 유럽인증(CE)을 받았다.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받지 못했다. 혈관 안에서 밖에 있는 신경을 없애려다 보니 제대로 차단되는 않는 데다 혈관내피가 손상될 위험도 높았기 때문이다.
하이퍼큐어는 ‘수술’에서 대안을 찾았다. 복강경으로 등쪽에서 신장 동맥에 접근해 주변 신경을 없애준다. 조 교수는 “혈관 주변부를 넓게 감싸 원하는 신경을 확실히 없앨 수 있다”며 “뒤쪽에서 수술한다는 게 익숙지 않지만 케이스가 쌓이면 다른 수술에 비해 위험도가 높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딥큐어는 정창욱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그즈음 신 교수는 고혈압 환자를 위한 수술 치료법을 찾고 있었다. “아무리 약을 써도 고혈압이 잡히지 않는 환자를 위해 복강경으로 신장 주변 신경을 없앨 수 있나”라고 조 교수에게 의뢰한 게 시작이었다.
올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이퍼큐어를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했다.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중증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는 3제 복합제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장기적으론 FDA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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