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는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부지 정지 작업까지 마쳤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최근 포드의 전기차 투자 축소와 업황 둔화,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하면 서둘러 진행할 유인이 약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착공 시점이나 지연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포드는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2공장 가동도 당초 목표한 2026년보다 늦추기로 했다. 미국 내 인건비 상승, 전기차 수요 둔화, 전기차 부문 적자 누적 등을 이유로 기존에 계획한 전기차 투자 가운데 12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여파다.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폭스바겐의 전기차 생산 계획 축소에 맞춰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후방 산업인 폐배터리 진출 계획은 아예 보류했다. 작년 말 미국 전자 폐기물업체 이그니오를 인수한 고려아연은 연내 현지에 폐배터리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일단 중단했다. 엘앤에프도 양극재 공장 증설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신사업으로 채택한 음극재, 리튬·인산철(LFP), 전구체 공장은 투자 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는 양극재 물량 정체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시설투자 비용은 1조200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10%가량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설비 투자에 7조6000억원을 투입해 작년 연간 규모(6조300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아직 흑자 전환을 못 한 SK온 역시 올 상반기에만 작년 연간 수준인 4조8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에 따른 이자 부담도 상당하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최근 포드와의 합작공장 지연에 “오히려 숨을 고르면서 필요한 준비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고 했다.
빈난새/강미선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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