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던 文정부 '등록임대'만 잡아…다주택자, 사업 줄포기

입력 2023-11-07 18:24   수정 2023-11-15 16:34


1994년 도입돼 올해 30년째를 맞은 ‘다주택 등록임대사업제도’가 휘청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등록임대사업 혜택을 대폭 축소한 데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임대사업은 공공임대주택과 미등록 임대주택 사이에서 서민에게 안정적인 ‘민간주택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사업자 이탈로 신규 등록임대주택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국회에선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등록임대주택 5년 새 68만 가구 줄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전국 212만 가구에 달하던 등록임대주택은 2020년 153만 가구로 줄어든 뒤 2021년 152만 가구, 지난해 144만 가구로 감소했다. 기존 등록임대사업자는 이탈하고 신규 공급이 대폭 줄고 있어서다. 2020년 28만 가구에 달한 신규 등록임대주택 물량은 2021년 19만 가구로 줄었고 지난해엔 13만 가구에 그쳤다. 올해는 잠정 집계치가 10만 가구를 밑돈다. 자동 말소되는 등록임대주택 물량은 지난해 누적 기준 72만 가구를 넘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임대사업자 과태료 부과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무기간 내 미임대하거나 타인에게 주택을 양도해 과태료(3000만원) 처분을 받은 사례는 8712건에 달했다. 등록임대사업자는 의무 임대 기간 내 파산이나 부도 등의 사유가 있으면 말소와 주택 양도가 가능해 비현실적인 규정이란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유리 전국임대인연합회장은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업자 다수가 규제 탓에 사업을 포기한 경우”라며 “집단 자진 말소하겠다는 사업자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정책입안자도 “등록임대 실패했다”
다주택 등록임대사업제도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등록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공적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신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받는다. 다주택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게 도입 취지였다.

그러나 혜택과 규제가 1~2년 단위로 바뀌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불만족스러운 정책으로 변질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조차 자신의 책인 <부동산과 정치>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특히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단기 매입, 건설임대를 폐지하고 장기 민간임대 의무 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려 사업자의 반발을 샀다.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파트 등록임대제도는 아예 폐지했다.

임대사업자들은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한 데다 최근 비아파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강화돼 사업자의 부담만 늘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등록임대사업자는 “비아파트는 말소도 안 되는데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증보험을 강제해 사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전세사기 원인인 미등록 임대는 잡지 않고 등록임대만 규제하니 공급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선 의무 기간 도중 공공임대 사업자에게 주택을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늦어지며 이번 회기 내 통과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방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회기를 넘기면 다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민에게 안정적인 전·월세 주택을 공급해 온 민간의 역할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임대료를 통제하면서 공공임대에 들어가지 못한 차상위 계층에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해온 게 다주택 등록임대이기 때문이다.
유오상 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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