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영등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하얀색 방호복 차림의 방역업체 직원들이 침대 매트리스와 프레임 사이를 들추자 10여 마리의 빈대가 나타났다. 빈대를 잡은 것도 잠시, 창문 몰딩과 천장, 가구 틈 등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빈대가 발견되자 고온의 스팀과 살충제를 뿌려 빈대를 잡았다. 방역업체 자바드림의 유병찬 대표는 “빈대는 주로 잠자리 주변에 서식지가 있다”며 “서식지를 정확히 조준해 살충제를 뿌려야 빈대를 박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발견되면서 전문 방역업체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업체 출동 시 100㎡ 아파트 기준으로 30만원 정도가 들지만 ‘빈대 공포’ 때문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올해 빈대 관련 상담 건수만 500건을 넘었다”며 “네 시간 정도 걸리는 방역 작업을 하루 종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출몰하는 빈대는 반날개빈대와 일반 빈대다. 대부분 열대 지방에 사는 빈대로 외국인 근로자와 해외 관광객 등이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이 종은 빈대 퇴치에 효과적이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되도록 피하라고 권고한다. 빈대 신고가 잦은 숙박업소 등은 피하는 게 좋다. 고온의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는 “옷, 커튼, 침대커버, 담요 등을 세탁한 후 50도 이상의 건조기에 약 30분가량 건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물 방역 역시 중요하다. 한 번 빈대가 출몰한 장소는 2~3회 방역하는 게 좋다. 건물 전체 역시 1~2개월에 한 번 주기적으로 방역해야 한다.
가정집에선 에어로졸 살충제 등 바퀴벌레약을 이용해도 된다. 유 대표는 “모기처럼 집 전체에 해충제를 뿌린다고 해서 빈대가 잡히진 않는다”며 “서식지에 집중적으로 뿌린 뒤 보건소나 사설 방역업체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빈대가 늘면서 지방자치단체엔 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빈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방역에 나섰다.
정부는 다음주에 긴급 사용 승인과 변경 승인을 추진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빈대 살충제를 신속히 수입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선 내성이 생겨 효과가 낮은 피레스로이드 계열의 살충제만 허가돼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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