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약사로 일했어요. 그러다 2019년 결혼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됐습니다. 현지에서 약사 시험을 보려 했지만 취업 비자 발급이 막혔죠. 영주권을 신청하려 했더니 비용이 상당했어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야만 했죠. 처음에는 구매대행을 하려고 했는데, 기숙사에 물건을 둘 곳이 없더군요. 그렇게 '디지털 문구'에 도전했습니다. 유튜브를 보고 3개월간 독학으로 디자인 공부를 했어요. 일주일 동안 만든 단어장을 올렸죠. '과연 팔리겠어' 했는데 첫 달에 4개를 팔았습니다. 통장에 8000원이 찍혔죠. '이거 되겠다, 1만원만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러다 플래너가 입소문이 났어요. 월간 구매 1위를 했죠. 2년째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웃음)
문구류가 디지털에서 부활했다. 노트 대신 태블릿PC로 공부하는 '잘파 세대'(Z+알파)의 영향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공책부터 △다이어리 △스티커 △편지지 △포스트잇까지 전부 디지털에서 구매한다. 자신만의 디지털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스티커를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커머스바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태블릿PC 보급량은 10억대로, 직접 필기하는 이용자는 작년 기준 한 달에 5,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글로벌 디지털 문구 시장도 2030년 157억 달러(약 20조4429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 시장에서 3년째 수익을 내는 이가 있다. 약사에서 디지털 문구 작가로 변신한 오지영(33)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문구 플랫폼 '위버딩'에서 브랜드 페이퍼플래닛을 운영하는 오지영(33) 입니다. 저는 약사로 일했어요. 서울 대형 병원과 개인 약국에서 근무했었죠. 그러다 2019년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됐어요. 미국에서도 약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약사 시험 준비가 오래 걸리더군요. 그러려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했는데 트럼프 정부 때 발급이 막혔습니다. 곧바로 영주권 신청을 하려 했지만, 비용이 꽤 많이 들었죠.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해봤어요. 처음에는 구매대행을 생각했었습니다.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재고를 쌓아둘 곳이 마땅치 않겠더라고요. 초기 비용이 가장 낮은 일을 찾다가 디지털 문구류 판매에 도전했습니다."
Q.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도 가능한가요.
"디자인이 아니라 컴퓨터 작업에 가까워요. 디자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는 디지털 노트류를 만들었습니다. 줄 간격에 맞춰 레이아웃만 정하면 상품 자체를 만들기를 쉽겠다고 생각했죠.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으로 어도비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웠어요. 3~4개월은 주말 평일 없이 매일 공부를 했죠. 그러다 상품 설명과 섬네일을 하려면 포토샵도 필요해 익혔죠. 그렇게 1장짜리 단어장 노트를 만들었어요. 미국에서도 한국의 아이디어스 같은 곳이 있어요. 그곳에 올렸지만, 전혀 안 팔렸죠. 하루 1달러짜리 광고까지 했는데 판매가 저조했습니다. 그러다 아이패드로 다이어리 꾸미기(다꾸)를 하는 유튜버를 통해 한국에서 비슷한 플랫폼을 알게 됐어요."
Q. 한국과 미국 플랫폼 차이가 있나요.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연령대가 있는 분들도 문구류 pdf파일을 많이 구매해요. 연령대가 있는 분들은 프린터로 출력해서 사용하는 분들이 많죠. 인쇄할 때 잘리는 부분이 없도록 디자인해요. 그래야 바인더에 끼워 사용이 가능하죠. 미국은 아기자기한 문구류를 구매하기 쉽지 않아 직접 프린트해서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중·고·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출력해서 사용은 거의 안 해요. 지금은 한국 플랫폼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처음 1년은 새벽까지 디자인했어요.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디자인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기능을 익히는 데 3개월이 걸렸죠. 1주일이 넘게 걸려 1장짜리 시제품을 겨우 만들었죠. (웃음) 빨리 팔아보고 싶어서 상품 설명을 달고 섬네일 이미지를 작업해 올렸습니다. 저도 '한국에서는 과연 팔릴까' 생각했어요. 블로그에 검색만 하면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많았거든요. 디지털 파일을 돈을 주고 사는 수요가 있을지 궁금했죠. 초기에는 그렇게 2~3개 상품만 올리고 잊어버렸어요. 미국 플랫폼만 집중했었죠. 그런데 첫날 수익이 8000원이 들어오더군요. 단어장 제품 1개가 2000원짜리였으니 4명이 구매하셨었죠. '이거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더 많이 만든다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이 사겠구나 싶었죠. 다음 달에는 수익이 몇만 원이 들어왔고, 6개월이 지나면서 100만원까지 늘어났죠. 안정이 되고 현재는 일주일에 2~3번 저녁에 1시간 정도 작업하는 정도로만 일하고 있어요."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1장짜리 단어장과 노트를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달리해 4가지 버전을 팔았어요. 가격은 2000~3000원이었죠. 디지털 PDF 파일이라 재고도 없고, 사람들이 계속 다운이 받으면 지속해서 수익이 나는 구조였죠. 그런데 단가가 낮아서 그런지 매출이 제자리였죠. 당시 미국에서는 PDF로 600장~1000장에 달하는 '만년형 플래너'가 주력 상품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올인원 상품을 만들자고 생각을 해서 6개월 동안 만들었죠. 미국에서는 25달러 상품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팔면 망하겠다 싶어 1만2000원에 팔았죠. 그 제품이 월간 구매 1위를 했어요. 처음 올린 버전이 2년째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웃음)"
Q. 만년형 플래너가 무엇인가요.
"일반 플래너처럼 1년 단위로 △월간 12장 △주간 52장 △일간 365장 일정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일반 종이 제품은 50장 분량에 날짜를 손으로 쓰지만, 디지털 PDF는 하나하나 하이퍼링크를 걸어 날짜를 클릭하면 해당 스케줄을 볼 수 있죠. △가계부 △운동일지 △물 △수면 △기분 체크 △ 비즈니스 플래너 미팅 때도 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만들었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다 넣었어요. PDF 파일을 하나의 앱처럼 쓸 수 있죠. 태블릿PC에서 굿노트와 같은 필기 앱으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Q. 이용자 연령대는 어떤가요.
"20대들이 가장 많이 씁니다. 최근에는 10대에서도 늘고 있어요. 고객 90%가 여성이죠. 저의 세대는 종이 다이어리로 글씨를 썼잖아요. 하지만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무겁고 잃어버리기도 쉽죠. 스케줄 관리 앱들은 타이핑해서 쓰지만, 디지털 플래너는 아날로그처럼 연필로 쓰는 맛이 있어요. 일기장처럼 쓰는 분들이 많죠. 디지털로 만든 스티커와 폰트까지 사용해 꾸미기도 가능하죠.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감성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수익은 위버딩에서만 160만원, 타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300만원가량 벌고 있어요. 전체 수익의 80%는 만년형 플래너에서 나와요.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효자 상품이 됐죠. 플래너 상품들은 연말·연초에는 수익이 더 뜁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노트류가 많이 팔립니다. 내년에는 기존 플래너 디자인을 더 업그레이드해 내놓을 계획입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어도비 인디자인 구독 비용으로 30달러(약 3만9000원)를 썼어요. '이 돈을 벌 때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죠. 처음에는 큰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3달 만에 구독료를 벌었죠. 사실 저는 당시만 해도 태블릿PC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어요. 구매자들이 앱 사용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저도 쓰는 방법을 몰라 난처했었죠. 그때 저에게는 거금을 들여 아이패드를 샀어요. '무조건 들인 돈만큼 다시 벌어보자'고 생각해 목표를 높였죠. 그리고 다음 달 전부 비용을 회수했습니다. 순수익을 벌기까지 4개월이 걸렸네요. (웃음)"
Q. 해외에서 디지털 문구류 트렌드는 어떤가요.
"저는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없어요. (웃음) 글로벌 필기 앱 굿노트가 이렇게 발전할지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태블릿PC와 △PC △스마트폰 앱이 연동이 잘 안 됩니다. 태블릿에서 작성한 일기 등의 파일 자체를 옮길 수는 있지만, 기기간 수정 사항이 바로 적용이 되거나 하지 않죠.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미국에서 요즘 많이 쓰는 ‘노션’ 이용자들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고객관리 노하우가 있나요.
"위버딩은 구매하면 사이트 안에서 즉시 다운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플랫폼들은 이메일로 보내야 해요. 저는 모든 구매자에게 일일이 이름을 적고 감사 인사 글을 써서 보내요. 엑셀로도 정리해서 재구매를 하는 분들에게는 디지털 스티커도 하나씩 넣어드리고 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만 다를 뿐이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기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초심대로 꾸준히 계속하고 있죠."
Q.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태블릿PC를 쓰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저 취미로 무언가를 한다고만 생각하지, 수입도 모르고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부모님도 '세상에 그걸로 돈이 되느냐,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하셨죠. 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은 많은 응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계속 지냈다면 이런 일은 해보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겁이 많은 성격이에요. 늘 정해진 길을 걸었죠.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평생 약사로만 살았을 겁니다. 미국에 오니 주변에 눈치를 안 봐도 되더군요.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어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도 밑바닥에서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죠. 초기 투자금이 없는 분들, 재고를 쌓을 데가 없어 고민인 분들. 작게 시작해 꾸준히 돈을 벌기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웃음)"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문구류가 디지털에서 부활했다. 노트 대신 태블릿PC로 공부하는 '잘파 세대'(Z+알파)의 영향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공책부터 △다이어리 △스티커 △편지지 △포스트잇까지 전부 디지털에서 구매한다. 자신만의 디지털 다이어리를 꾸미기 위해 스티커를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이커머스바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태블릿PC 보급량은 10억대로, 직접 필기하는 이용자는 작년 기준 한 달에 5,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글로벌 디지털 문구 시장도 2030년 157억 달러(약 20조4429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 시장에서 3년째 수익을 내는 이가 있다. 약사에서 디지털 문구 작가로 변신한 오지영(33)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문구 플랫폼 '위버딩'에서 브랜드 페이퍼플래닛을 운영하는 오지영(33) 입니다. 저는 약사로 일했어요. 서울 대형 병원과 개인 약국에서 근무했었죠. 그러다 2019년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됐어요. 미국에서도 약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약사 시험 준비가 오래 걸리더군요. 그러려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했는데 트럼프 정부 때 발급이 막혔습니다. 곧바로 영주권 신청을 하려 했지만, 비용이 꽤 많이 들었죠.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해봤어요. 처음에는 구매대행을 생각했었습니다. 기숙사에 생활하면서 재고를 쌓아둘 곳이 마땅치 않겠더라고요. 초기 비용이 가장 낮은 일을 찾다가 디지털 문구류 판매에 도전했습니다."
Q.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도 가능한가요.
"디자인이 아니라 컴퓨터 작업에 가까워요. 디자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는 디지털 노트류를 만들었습니다. 줄 간격에 맞춰 레이아웃만 정하면 상품 자체를 만들기를 쉽겠다고 생각했죠. 유튜브를 보면서 독학으로 어도비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웠어요. 3~4개월은 주말 평일 없이 매일 공부를 했죠. 그러다 상품 설명과 섬네일을 하려면 포토샵도 필요해 익혔죠. 그렇게 1장짜리 단어장 노트를 만들었어요. 미국에서도 한국의 아이디어스 같은 곳이 있어요. 그곳에 올렸지만, 전혀 안 팔렸죠. 하루 1달러짜리 광고까지 했는데 판매가 저조했습니다. 그러다 아이패드로 다이어리 꾸미기(다꾸)를 하는 유튜버를 통해 한국에서 비슷한 플랫폼을 알게 됐어요."
Q. 한국과 미국 플랫폼 차이가 있나요.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 뿐 아니라 연령대가 있는 분들도 문구류 pdf파일을 많이 구매해요. 연령대가 있는 분들은 프린터로 출력해서 사용하는 분들이 많죠. 인쇄할 때 잘리는 부분이 없도록 디자인해요. 그래야 바인더에 끼워 사용이 가능하죠. 미국은 아기자기한 문구류를 구매하기 쉽지 않아 직접 프린트해서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서는 중·고·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출력해서 사용은 거의 안 해요. 지금은 한국 플랫폼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처음 1년은 새벽까지 디자인했어요.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배우면서 디자인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기능을 익히는 데 3개월이 걸렸죠. 1주일이 넘게 걸려 1장짜리 시제품을 겨우 만들었죠. (웃음) 빨리 팔아보고 싶어서 상품 설명을 달고 섬네일 이미지를 작업해 올렸습니다. 저도 '한국에서는 과연 팔릴까' 생각했어요. 블로그에 검색만 하면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많았거든요. 디지털 파일을 돈을 주고 사는 수요가 있을지 궁금했죠. 초기에는 그렇게 2~3개 상품만 올리고 잊어버렸어요. 미국 플랫폼만 집중했었죠. 그런데 첫날 수익이 8000원이 들어오더군요. 단어장 제품 1개가 2000원짜리였으니 4명이 구매하셨었죠. '이거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더 많이 만든다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이 사겠구나 싶었죠. 다음 달에는 수익이 몇만 원이 들어왔고, 6개월이 지나면서 100만원까지 늘어났죠. 안정이 되고 현재는 일주일에 2~3번 저녁에 1시간 정도 작업하는 정도로만 일하고 있어요."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1장짜리 단어장과 노트를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달리해 4가지 버전을 팔았어요. 가격은 2000~3000원이었죠. 디지털 PDF 파일이라 재고도 없고, 사람들이 계속 다운이 받으면 지속해서 수익이 나는 구조였죠. 그런데 단가가 낮아서 그런지 매출이 제자리였죠. 당시 미국에서는 PDF로 600장~1000장에 달하는 '만년형 플래너'가 주력 상품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올인원 상품을 만들자고 생각을 해서 6개월 동안 만들었죠. 미국에서는 25달러 상품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팔면 망하겠다 싶어 1만2000원에 팔았죠. 그 제품이 월간 구매 1위를 했어요. 처음 올린 버전이 2년째 스테디셀러로 꾸준하게 수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웃음)"
Q. 만년형 플래너가 무엇인가요.
"일반 플래너처럼 1년 단위로 △월간 12장 △주간 52장 △일간 365장 일정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일반 종이 제품은 50장 분량에 날짜를 손으로 쓰지만, 디지털 PDF는 하나하나 하이퍼링크를 걸어 날짜를 클릭하면 해당 스케줄을 볼 수 있죠. △가계부 △운동일지 △물 △수면 △기분 체크 △ 비즈니스 플래너 미팅 때도 쓸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만들었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다 넣었어요. PDF 파일을 하나의 앱처럼 쓸 수 있죠. 태블릿PC에서 굿노트와 같은 필기 앱으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Q. 이용자 연령대는 어떤가요.
"20대들이 가장 많이 씁니다. 최근에는 10대에서도 늘고 있어요. 고객 90%가 여성이죠. 저의 세대는 종이 다이어리로 글씨를 썼잖아요. 하지만 매일 들고 다니기에는 무겁고 잃어버리기도 쉽죠. 스케줄 관리 앱들은 타이핑해서 쓰지만, 디지털 플래너는 아날로그처럼 연필로 쓰는 맛이 있어요. 일기장처럼 쓰는 분들이 많죠. 디지털로 만든 스티커와 폰트까지 사용해 꾸미기도 가능하죠.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감성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수익은 위버딩에서만 160만원, 타 플랫폼까지 포함하면 300만원가량 벌고 있어요. 전체 수익의 80%는 만년형 플래너에서 나와요.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효자 상품이 됐죠. 플래너 상품들은 연말·연초에는 수익이 더 뜁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노트류가 많이 팔립니다. 내년에는 기존 플래너 디자인을 더 업그레이드해 내놓을 계획입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어도비 인디자인 구독 비용으로 30달러(약 3만9000원)를 썼어요. '이 돈을 벌 때까지는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죠. 처음에는 큰 수익이 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3달 만에 구독료를 벌었죠. 사실 저는 당시만 해도 태블릿PC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어요. 구매자들이 앱 사용에 관해서 물어봤는데 저도 쓰는 방법을 몰라 난처했었죠. 그때 저에게는 거금을 들여 아이패드를 샀어요. '무조건 들인 돈만큼 다시 벌어보자'고 생각해 목표를 높였죠. 그리고 다음 달 전부 비용을 회수했습니다. 순수익을 벌기까지 4개월이 걸렸네요. (웃음)"
Q. 해외에서 디지털 문구류 트렌드는 어떤가요.
"저는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없어요. (웃음) 글로벌 필기 앱 굿노트가 이렇게 발전할지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태블릿PC와 △PC △스마트폰 앱이 연동이 잘 안 됩니다. 태블릿에서 작성한 일기 등의 파일 자체를 옮길 수는 있지만, 기기간 수정 사항이 바로 적용이 되거나 하지 않죠. 이 부분이 개선된다면 미국에서 요즘 많이 쓰는 ‘노션’ 이용자들도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고객관리 노하우가 있나요.
"위버딩은 구매하면 사이트 안에서 즉시 다운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플랫폼들은 이메일로 보내야 해요. 저는 모든 구매자에게 일일이 이름을 적고 감사 인사 글을 써서 보내요. 엑셀로도 정리해서 재구매를 하는 분들에게는 디지털 스티커도 하나씩 넣어드리고 있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만 다를 뿐이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기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초심대로 꾸준히 계속하고 있죠."
Q.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태블릿PC를 쓰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요. 그저 취미로 무언가를 한다고만 생각하지, 수입도 모르고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부모님도 '세상에 그걸로 돈이 되느냐, 뜬구름 잡는다'고 생각하셨죠. 미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생활비를 벌 수 있다고 하니 지금은 많은 응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계속 지냈다면 이런 일은 해보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겁이 많은 성격이에요. 늘 정해진 길을 걸었죠. 궤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평생 약사로만 살았을 겁니다. 미국에 오니 주변에 눈치를 안 봐도 되더군요.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어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도 밑바닥에서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죠. 초기 투자금이 없는 분들, 재고를 쌓을 데가 없어 고민인 분들. 작게 시작해 꾸준히 돈을 벌기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웃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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