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일 대구에서 만나 국정 운영과 정상외교 등을 주제로 한 시간 넘게 환담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진흥회의’를 언급하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참석과 칠성시장 방문 등 일정을 마치고 달성군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았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달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이후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달성군 자택을 찾은 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관 중이던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꺼내와 자세히 검토한 일화를 거론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수출진흥회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출 목표와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965년부터 매월 직접 주재했다. 1979년까지 180여 차례 열리며 중화학공업화 등 산업구조 고도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느냐”며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까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과 수소자동차 등 산업 동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를 잘하시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다음 만남도 기약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다음에 서울에 올라오면 한번 모시고 싶다”며 초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추진설’로 보수 진영의 분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12일 만에 대구에서 만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통합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최근 흔들리는 듯했던 대구·경북(TK) 지역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대구=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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