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 기관은 알고 있었다"…지난달 대규모 자금 투입

입력 2023-11-08 08:57   수정 2023-11-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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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 금리를 동결하며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앞서 국채 금리 하락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기간 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무이표채(Zero Coupon Bond)를 대거 매입했다.

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지난달 미국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무이표채 규모가 103억달러(약 13조 4518억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월별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역대 최고치는 2018년 10월 기록된 122억달러다.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8%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던 시기였다.

무이표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무이표채 규모 총액은 4580억달러에 육박했다. 총 26조달러 규모인 국채 시장의 2%를 차지한다.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단기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체 국채 시장에서 무이표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대에 달했다.

무이표채는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채권시장 딜러가 조정해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이다.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각각의 채권으로 시장에 유통한다. 이를 '국고채이자원금분리제(스트립스)'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20년 만기의 국고채는 6개월 이표채권(이자가 일정 기간마다 지급되는 채권)이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동안 6개월마다 이자가 나온다. 20년이 지난 만기가 되는 시점에 마지막 이자와 함께 원금을 받게 된다. 이러한 현금흐름을 가진 20년 만기 국채를 만기 6개월만 남은 이표채 한 개, 만기가 1년이 남은 이표채 한 개 등으로 채권을 나누는 개념이다. 결국 채권 한 개가 41개 채권으로 나뉜다.

만기까지 이자 지급이 없는 무이표채는 이자율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국채에 비해 크다. 재투자할 이자가 없어서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이자가 인하하면 수익성이 가장 높다.

기관투자가들이 금리 하락을 미리 예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이표채를 발행할 때 기초자산이 되는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지난달 연 5%를 넘어서며 고점을 찍었다. 지난 1일 Fed가 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긴축 기조가 종식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했다.

같은 날 미 재무부가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할 때 10년~30년물 장기채 발행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국채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장기채 금리는 연 4.75%대로 하락(채권 가치 상승)했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무이표채 가치도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무이표채 수익을 나타내는 지표인 저축채권의 수익률은 지난주 연 2.7%대에 달했다"며 "이는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맞먹는다"고 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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