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기 전에 지대한 과학적 공헌을 하지 못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실제로 ‘특수 상대성 이론’ 등 주요 논문 4편을 발표한 1905년 그의 나이는 고작 26세였다. 그 시절 많은 물리학자 그랬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폴 디랙은 24세, 볼프강 파울리와 엔리코 페르미, 유진 위그너는 25세,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닐스 보어는 28세에 중요한 업적을 세웠다.
젊을 때 성과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일까. <과학의 과학>은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저자 다슌 왕과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복잡계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기인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과학자와 과학 연구에 대한 세간의 통념을 살펴본다.
저자들이 1900년부터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실제로 전성기라 부를만한 나이대가 존재했다. 일부 천재 과학자들의 일화처럼 20대는 아니었다. 과학자의 창의적 결과물은 보통 30대 후반과 40대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20대에 엄청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표본의 7%만이 26세 혹은 그 이전에 중요한 업적을 쌓았다. 어떻게 보면 상식에 부합한다. 젊을 때는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만약 지식을 레고 조각이라고 하면, 새로운 발명 및 아이디어는 이 조각들을 조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뭐라도 의미 있는 것을 쌓아 올리기 전에 먼저 조각을 충분히 모을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성과가 잘 안 나오는 것은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든다. 가정을 돌봐야 하고, 연구실을 운영해야 한다. 연구 사업에 지원하고, 논문이나 종신 재직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 즉, 시간이나 체력 등 여러 이유로 연구 생산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도 연구에 정진한다며, 성과를 못 낼 것도 없다. 상대성 이론처럼 새로운 개념을 들고나오는 것이 아니라면 나이와 성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한다.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펜이 그런 예다. 1987년 70세의 나이로 예일대 교수에서 은퇴한 그는 버지니아코머웰스대로 옮겨 연구를 계속했다. 72세에 발표한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승승장구’ 현상도 있다. 몇 해 동안 뛰어난 연구 결과를 연달아 내놓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를 보면 과학자의 90%가 최소한 한 번의 승승장구를 경험했다. 대부분 단 한 번 나타나며, 그 기간은 4년이었다.
대중적인 책은 아니다. 과학을 공부하거나 과학계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유익한 내용이 많다. 대학이 스타 과학자를 영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 연구팀의 규모는 큰 것이 좋은지 작은 게 좋은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과학 정책을 펴는 사람들도 눈여겨볼 만한 책이다. 과학자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시기가 30~40대라면 연구 지원금은 좀 더 신진 과학자들에게 주어질 필요가 있다. 보통 유명 과학자들을 많이 밀어주는데 이미 승승장구 시기가 지나 뒷북 지원일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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