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클리아랩의 검사 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잠정안(Proposal rule)을 발표했다. FDA는 내달 2일까지 잠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2024년에 규제안을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클리아랩은 헬스케어 서비스 공급자에게 진단 스크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탁분석기관이다. 병원 등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아 이들 기관이 채취한 환자의 검체를 수거해 분석한다.
클리아랩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검사(Laboratory developed test, LDT) 제품을 사용하거나 외부의 진단키트 제조업체로부터 의료기기 승인(In vitro diagnostic, IVD) 제품을 구매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LDT와 IVD의 가장 큰 차이점은 FDA의 승인 여부다. IVD는 FDA로부터 제품 단위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LDT는 제품 단위로 승인받을 필요 없이 LDT를 개발한 클리아랩이 미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인증된 상태면 된다. FDA로부터 제품 단위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LDT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진단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클리아랩을 인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FDA 인허가를 받지 않아도 클리아랩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FDA는 이번 잠정안을 통해 LDT도 IVD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클리아랩에서 제공되는 테스트도 일반적인 의료기기에 요구되는 일부 품질 시스템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LDT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사실상 모든 LDT를 의료기기로 규제하겠다는 게 FDA의 입장이다.
FDA는 LDT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향후엔 LDT에 부여됐던 자율성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규제안 시행 후 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클리아랩 인수와 협력 등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진단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FDA와 LDT 업계 간의 대립은 수십 년 전부터 계속돼온 데다, 진단 관련 산업계 및 학계의 의견 취합, 미국 의회 통과 등의 절차 이후 규제가 시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이 충분할 것이란 예상이다.
랩지노믹스는 우선 지난 8월 인수한 클리아랩 큐디엑스(QDx)에서 LDT를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QDx는 IVD 진단제품을 외부에서 구매해 진단 서비스를 하고 있어 원가율이 높은 수준이다. 랩지노믹스는 QDx에서 LDT를 직접 생산해 원가율을 낮추고, IVD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발해 향후 미국법인을 통해 IVD 인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이다.
QDx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클리아랩 인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랩지노믹스는 총 세 개의 클리아랩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지난해 12월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클리아랩인 엑스퍼톡스를 인수했다. 싸이토젠 관계자는 “회사의 클리아랩 인수는 데이터 연구를 위한 것으로, 순환종양세포(CTC) 분야에서 데이터와 관련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관련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적절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젠바이오도 클리아랩 인수를 통해 미국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7월 NGS 전문 클리아랩 인수를 위한 1차 실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8월엔 미국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피씨엘(PCL)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달 말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 남부 소재의 GDX랩을 인수한 EDGC 측은 “암 진단이나 NGS, 인공지능(AI) 기반의 진단 등은 기존 허가 당국의 전통적인 승인과정을 거칠 수 없는 특화된 서비스로, FDA 규제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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