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네이버가 가동을 시작한 데이터센터(IDC) ‘각(閣) 세종’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서버용 PC를 옮기고 정리하는 등 대부분의 업무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봇들이 처리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각 세종을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아시아 최대 데이터센터”라고 소개했다. ‘각’은 팔만대장경을 보존해 온 ‘장경각’을 닮겠다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60만 유닛(서버의 높이 단위 규격)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단일 기업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의 약 100만 배인 65EB(엑사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다. 당장 가동하는 규모는 전체의 6분의 1 수준인 10만 유닛이다. 2025년 2차, 2026년 3차 확장 등 총 6차에 걸쳐 증설이 이뤄질 예정이다. 증설이 모두 끝나면 2013년 문을 연 ‘각 춘천(10만 유닛)’을 6개 세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날 공개된 각 세종 IT(정보기술) 창고의 주인공은 서버 운반 로봇 ‘가로’와 관리 로봇 ‘세로’였다. 두 로봇이 힘을 합해 3m 높이의 선반에 놓인 서버를 외부로 옮겼다. 노상민 네이버 데이터센터장은 “각 춘천에서 모두 사람이 하던 작업을 이곳에선 완전 자동화 방식으로 로봇이 관리한다”며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30~50% 줄었다”고 설명했다.
사무 공간엔 자율주행 셔틀인 ‘알트비(ALT-B)’가 사람을 태우고 다녔다. 길이 3m, 폭 1.5m에 달하는 알트비에는 운전석 없이 6인석 좌석만 마련돼 있다.
다음 과제는 설비 고도화다. 네이버는 각 세종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비용 절감을 위해 ‘AI 반도체’의 일종인 자체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을 삼성전자와 논의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 기업공개(IPO) 계획에는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IPO를 위한 IPO는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각 세종이 지방자치단체와 상생한 모범 사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당초 경기 용인시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 했지만, 인근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결국 ‘각 용인’ 계획을 백지화하고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공모를 거쳐 세종을 낙점했다. 업계에서는 각 세종 프로젝트로 인한 지역 생산 유발효과가 707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종=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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