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가 노사 간 단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시작했던 교섭이 10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노조가 사측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치가 카카오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엑스엘게임즈가 8일 단체 협약에 날인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2021년 첫 단체 협약을 맺은 뒤 나온 두 번째 협약이다. 이 협약에 따라 엑스엘게임즈는 구조조정 시 노조 측과 사전 협의를 통해 정확한 규모와 보상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구조조정 내용을 사전에 회사가 노조와 협업하기로 한 건 국내 게임업계 중 이번이 최초라는 게 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번 협약으로 인해 엑스엘게임즈는 대규모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을 진행하기에 앞서 노조와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 게임사는 게임 아키에이지, 달빛조각사, 아키에이지 워 등을 개발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엑스엘게임즈 직원 100여명이 희망퇴직이나 전환 배치 등을 사측에서 요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지회는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노사 협약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 공동체 위기 속에서도 엑스엘게임즈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카카오 공동체 차원에서 노사상생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도 실적 부진으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게임사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647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48% 줄었다. 지난 7월 출시한 신작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가 선방했지만, 골프, 무선 통신기기 등 게임 외 부문의 지난 3분기 매출(694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28% 줄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 7~9월에 이어 최근 2차 희망퇴직 절차에 돌입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6~8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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