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엔 조개구이를 먹으려 합니다. ‘육해공’을 섭렵하고 가야죠.”
직장인 김정묘 씨(28)는 팀원 둘과 충남 보령을 찾았다. 휴가는 아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바다가 보이는 사무공간에서 일하고, 이후엔 인근 맛집을 탐방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른바 ‘워케이션’(워크+베케이션)이다. 서울의 한 창업 지원 업체에서 일하는 김씨는 “업무 특성상 24시간 연락이 끊이지 않아 피로도가 컸다”며 “회사를 떠난 것만으로도 여행을 왔다는 생각이 들어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중소기업에 워케이션 문화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비대면 근무에 익숙해진 업체가 늘고,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해져서다. 8일 서울경제진흥원(SBA)에 따르면 올해 ‘SBA 서울기업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서울에 있는 420개 중소기업에서 연말까지 3200명의 직장인이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해엔 중소기업 310개사에서 2000명이 참여했는데, 올해 지원 기업과 직원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워케이션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보령을 찾은 임상철 씨(39)는 지난해에도 강원 삼척에서 회사 사람들과 워케이션을 즐겼다. 올해는 누나와 조카들이 함께했다. 임씨는 “근무 시간이 끝나면 가족들과 합류해 근처 대천해수욕장의 스카이바이크, 해안가 집라인 등 관광 시설을 이용할 예정”이라며 “자연경관을 즐기며 업무의 답답함을 풀어볼 것”이라고 했다. 송상훈 씨(44)는 인근 대천항에 낚시하러 왔다. 회사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하는 그는 “주꾸미, 갑오징어가 제철이라 새벽 배낚시를 나간다”며 “회사에 워케이션 도입을 직접 건의해 올해 직원 70% 정도가 워케이션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지역 스타트업과의 연계도 두드러진다. ‘보령 머드라거’ 양조장 탐방은 보령 워케이션 참여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다. 보령에 있는 스타트업 대천브루어리가 운영하는 곳이다. 대천브루어리는 보령의 갯벌에서 채취한 진흙을 가공해 물을 정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맥주를 만든다. 임채림 대천브루어리 대표는 “휴양지 콘셉트로 꾸민 가게에서 양조장을 보며 술을 마신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이 새로워한다”고 말했다.
워케이션 지원 기관들은 지방자치단체들과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내 복지 확대에 비용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운 중소기업들이 프로그램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기업 워케이션 참여자 500명 중 재참여를 희망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95.2%에 달했다. 특히 참여자의 79%가 MZ세대(1980~2010년 출생 세대)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젊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복지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린다. SBA는 지원 예산 확대를 통해 참가비를 원래 가격의 20%만 받는다. 그만큼 기업의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참여자 수가 늘며 연계 지역은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서울기업 워케이션은 보령이 속한 충남문화관광재단을 포함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속초시 등 12개 현지 기관과 협력 구도를 짰다. 지역별 프로그램은 31개까지 늘었다. 참가자는 지역 및 일정별로 선착순 모집한다. SBA 서울기업 워케이션 누리집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백승관 SBA 고용지원팀 선임은 “워케이션 인프라가 잘 구축된 휴양지를 중심으로 지역 및 협력 기관을 더 발굴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령=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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