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배송 기사들이 최근 민주노총에 이별을 고했다. 민노총 산하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 지부가 민노총 탈퇴안을 안건으로 투표했는데 무려 95%가 찬성했다고 한다. 일부 집행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수치다. 정치적·이념적 구호에 매몰된 민노총의 퇴행적 행보가 얼마나 일반 근로자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쿠팡이 직고용한 배송 기사들은 2018년 민노총에 가입할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 쿠팡이 새벽배송을 시작하며 급격한 성장세에 올라탈 무렵이었다. 배송 기사들은 자칫 과도한 업무에 쫓기지 않을지, 수당은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던 차에 민노총이라는 뒷배가 생겼으니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노총의 모습은 쿠팡 배송 기사들의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진보당 가입을 요구하고 각종 정치 집회에 참여토록 하는가 하면 쿠팡 불매 운동에 동참하라는 황당한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 쿠팡이 고속 성장하는 동안 배송 기사들의 수입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발목을 잡은 것도 민노총이었다.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었는데 자신들의 전략과 맞지 않는다며 무효로 하려고 했다. 쿠팡 배송 기사들의 권리 향상은 딴전이고, 급격한 커진 플랫폼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일에만 골몰했다.
민노총이 하청업체 택배 기사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점도 배송 기사들의 마음을 떠나게 한 요인이 됐다고 한다. 지난달 외부업체 소속 택배 기사가 새벽배송을 하다 사망했는데, 민노총은 과로사로 단정하고 공세를 벌였다. 경찰이 심장비대증에 따른 심장마비로 판단하고 내사를 종결했고, 유족도 “노조는 고인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모르쇠로 쿠팡을 비난했다. 쿠팡 배송 기사들은 민노총과 결별하면서 “직원들의 권리를 우선시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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