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가른 실적…KKR 웃고 칼라일 울고

입력 2023-11-08 18:57   수정 2023-11-09 01:32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의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올 3분기 KKR은 시장 전망을 웃도는 수익을 내며 선전한 데 힘입어 신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모집에 들어간 반면 칼라일은 저조한 실적에 감원까지 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이다.
○시장 기대 웃돈 실적에 KKR 주가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KKR은 올해 3분기 14억7000만달러(주당 1.64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3260만달러(주당 4센트)를 벌어들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세후 배당가능이익은 주당 88센트로, 전문가 예상치(주당 83센트)를 웃돌았다.

KKR은 이 기간 펀드 운용을 통해 140억달러(약 18조2560억원) 넘게 조달했다. 운용자산 규모는 9월 말 기준 528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났다. 2020년과 2021년 아시아와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각각 출시한 147억달러, 184억달러 규모 바이아웃 펀드의 자금 모집을 완료한 데 이어 신규 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KKR이 운용 중이거나 계획하는 프로젝트는 3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르윈 KKR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역동적인 펀드 운용 환경에도 불구하고 주요 전략적 성장 분야에서 상당한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금 조달과 사업 전개, 현금화 등 전 부문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KKR 주가는 4.98%(2.96달러) 오른 62.34달러에 마감했다. 약 1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칼라일, 실적 부진에 구조조정까지
칼라일그룹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8130만달러로 전년 동기(2억8080만달러)보다 대폭 쪼그라들었다. 배당가능이익은 1년 전보다 43%가량 줄어든 3억6740만달러(주당 87센트)에 그쳤다.

펀드 운용으로 조성한 금액도 직전 분기보다 11% 줄어든 63억달러였다. 최근 플래그십(대표) 펀드는 161억달러를 모집하며 마감됐는데, 이전 펀드와 비교하면 20%가량 적은 규모다. 이는 이규성 전 최고경영자(CEO)가 퇴임 전 설정한 목표치(220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칼라일의 운용자산 규모는 전 분기보다 1% 감소한 3820억달러로 집계됐다. 하비 슈워츠 칼라일 CEO는 “올해 자금 조달 상황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며 “거래 활동 둔화와 이에 따른 자신감 하락 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9월 칼라일은 미국의 소비자·미디어·소매 부문 투자사업부를 없애고 일부 직원을 해고했다. 미국 바이아웃 펀드 담당 팀에서도 추가 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지난 3분기에 4000만달러(연율 환산)의 지출을 줄였다. 감소분의 85%는 급여를 줄인 데서 나왔다. 슈워츠 CEO는 “절감된 비용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에 투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10년 전만 해도 어깨를 나란히 하던 두 PEF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건 리더십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칼라일을 공동 설립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윌리엄 콘웨이, 대니얼 대니엘로는 2017년 이 전 CEO와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를 공동 CEO에 앉혔다. 3년 뒤 권력 경쟁에서 밀린 영킨 주지사가 회사를 떠났고, 이 전 CEO가 단독 경영에 나섰지만 작년 8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임했다. 이후 지난 2월 골드만삭스 출신인 슈워츠 CEO가 합류하기까지 약 반년간 칼라일은 리더십 공백 상태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KKR에서는 2021년 10월 조셉 배와 스콧 너탤이 공동 CEO에 임명됐고, 이들은 공동 창업자인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가 확립한 경영 구조를 매끄럽게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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