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미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사후 처리 방안을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에 맞서 전쟁을 선포한 뒤 한 달간 작전을 벌여 지상군을 가자시티의 핵심지까지 진격시켰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이 끝나면 누가 가자지구를 운영할지 아무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후 가자지구의 안보를 무기한 보장할 것”이라며 영토 점령을 시사하자 미국 백악관이 “가자지구 점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립각을 세운 데 대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역시 가자지구의 사후 처리에 대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곳곳이 무기 파편과 건물 잔해 등 쓰레기로 뒤덮여 복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마스를 와해시킨 뒤 방치할 경우 과거 전쟁 후 무질서 속에서 반인륜적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창궐한 이라크의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높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방문해 마무드 압바스 파타정부(PA) 수반을 만나 사후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87세의 압바스가 늙고 부패했다고 여겨서다. 미 국제위기그룹(ICG)의 팔레스타인 전문가 타하니 무스타파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압바스는 가자지구는커녕 서안지구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폭력 사태를 연장할 뿐이란 비판도 나온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특별보고관인 프란체스카 알바네제는 이날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근절해도 점령이 계속되면 또 다른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AFP통신은 카타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정전을 조건으로 억류 중인 인질 10~15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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