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1월 국회에서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을 추진한다. 은행들이 고금리로 과도한 ‘불로소득’을 누린 만큼 이 중 일부를 금융 여건이 어려운 저소득층에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한시적인 부담금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홍익표 “최소한의 고통 분담하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정책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국형 횡재세 도입, 세금인가 부담금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횡재세 도입 요구는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낸 기업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기여와 고통 분담을 함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개호 정책위 의장도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업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고 미국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횡재세는 외부적 요인으로 이례적인 이익을 누린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와 별도의 세금을 걷자는 개념이다. 국내에선 민주당이 지난해 정유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했지만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은행권으로 대상을 바꿔 횡재세 도입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논의를 거쳐 이달 당론 법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고 오늘 최고위원회에서도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11월 국회 중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이자수익 10% 이상 회수해야”
다만 민주당이 추진할 횡재세는 세금을 걷는 방식이 아니라 저소득 금융소비자를 지원하는 기금에 출연을 강제하는 부담금 형식이 될 전망이다. 초과 이익을 정의하고 이를 영구적인 과세 대상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채은동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작년 5개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이자수익을 내면 그중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민병덕 의원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참고하되, 부과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野, 정부 설득 자신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과의 협상도 자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여당 인사들이 일제히 ‘은행 때리기’ 발언을 내놓고 있는 만큼 큰 반발 없이 여당을 설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야권 내 이견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의원은 “정부가 올해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 금융사가 국민행복기금에 출연한 비용을 손금산입해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국민행복기금이라는 합리적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만 확대할 횡재세를 밀어붙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야당 기재위 보좌진은 “국민의힘이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등 총선용 의제를 발 빠르게 들고나와 흥행시키면서 지도부가 조급해하는 것 같다”며 “부담금 방식도 이미 법인세를 지불한 은행들에 이중과세하는 것인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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