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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중국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핑안보험 그룹에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지배 지분을 인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동성 위기 탓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은 비구이위안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이날 로이터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무원이 핑안보험에 비구이위안 지분 50% 이상을 인수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비구이위안의 최대 주주는 현재 창업주 양궈창 전 회장의 둘째 딸인 양후이옌(52%)이다. 핑안보험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비구이위안의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50% 이상을 인수하게 되면 핑안보험은 실질적으로 비구이위안의 지배 주주가 된다.
다만 핑안그룹은 이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해명 공시를 통해 "중국 정부로부터 비구이위안을 인수하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금융시장부와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국 등과 핑안보험이 비구이위안 인수를 논의한 시점은 지난 8월 말이다. 핑안보험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비구이위안 실사 권한을 부여받았다. 거래 조건은 재량적으로 협상한다. 또 인수에 대한 세부 사항 제시를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핑안보험과 비구이위안 모두 본사가 광둥성에 있는 만큼 광둥성 내부에서 부채 위기를 해결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핑안보험은 지난달 광둥성 지방 정부와도 비구이위안 지분 인수 건을 논의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9월 17일 만기가 도래한 1570만달러(약 202억원) 규모의 달러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30일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 그러나 만료된 유예기간 내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비구이위안은 “달러 표시 채권뿐 아니라 상환 기한이나 유예 기한이 도래하는 모든 역외 채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한 바 있다.
비구이위안은 8월에도 달러 채권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놓였다. 이후 이자를 지급해 디폴트를 피했으나, 연이어 달러 채권의 이자 지급 기한이 도래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비구이위안의 수탁자인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달 25일 “비구이위안이 유예기간 내 어음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 요건에 해당한다”고 고지했다. 비구이위안이 처음 디폴트를 맞은 것이다.
이날 중국 당국이 비구이위안을 구제금융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비구이위안 주가는 전일 대비 12.2%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이 중국 경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정부의 중대 개입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한 것이다. 반면 핑안보험 주가는 이날 5.4% 하락했다.
수 티엔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 인수나 국유화 등 자금 투입만이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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