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3%에서 2.2%로 내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와 투자가 부진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KDI는 9일 이런 내용의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나란히 0.1%포인트씩 낮춰잡았다. 지난 8월 전망 당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1.5%, 2.3%로 제시했다. 특히 올 하반기 성장률은 종전 2.1%에서 1.8%로 0.3%포인트 내려 '상저하고(부진했던 상반기 경기가 하반기에 회복하는 흐름)' 기울기가 완만할 것으로 관측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우리나라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산업의 경기가 급격한 위축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전체 경기의 흐름이 전환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민간부채가 크게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는 가계의 소비여력과 기업의 투자여력을 축소하면서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올해 성장률이 낮은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겠지만 이는 올해의 낮은 성장률(1.4%)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기인한다"며 "내년 경기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민간소비 부진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월에는 올해 민간소비가 3.0% 상승(전년동기대비)할 것으로 봤는데 이번에 1.9%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종전 2.5%에서 1.8%로 내려 올해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다.
수출 전망은 기존보다 개선됐다. 올해 상품수출(물량) 증가율을 종전 0.7%에서 2.4%로 높여잡았다. 상품수지 개선에 힘입어 올해 경상수지는 종전 164억달러에서 31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경상수지도 기존 383억달러에서 426억달러로 늘렸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3.5%에서 3.6%로 0.1%포인트 상향했다. 내년 물가상승률도 2.5%에서 2.6%로 같은 폭으로 높였다.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업률은 내수 증가세 둔화에 따라 올해 2.7%에서 내년 3.0%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취업자 수는 올해 32만 명 증가 보다 감소한 21만 명 증가로 예상했다. 다만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수는 조금 내려갈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짓누를 요인으로는 국제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동산경기 위축을 꼽았다. 천 전망총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여타 중동지역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생산비용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부동산경기가 급락하면서 중국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실물투자가 크게 둔화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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