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7시,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정류장. 경기도행 광역버스 20여 개 노선이 경부고속도로를 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다. 성남행 M버스가 다가오자 열댓 명이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만석인 버스는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다. “집에 갈 수 있을까.” 누군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교통난은 태생적으로 예견된 문제였다. 자족도시를 표방했던 2기 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40~60㎞ 떨어진 수도권 외곽에 세워졌다. 1기 신도시보다 10㎞ 이상 멀다. 거리상 자동차나 버스보다는 철도 권역으로 분류되는데, 철도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는 대형 사업이다. 개통된 철도마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차량 이용은 늘고 혼잡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4기 신도시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16년 차에 접어든 2기 신도시의 교통난은 여전하다. 1·2기 신도시 교통계획 중 97%가 지연됐다. 위례신도시 계획 당시 약속한 위례신사선은 여태 삽조차 뜨지 못했다. 한강신도시는 입주 8년 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됐지만, 2량짜리 꼬마열차에 불과해 ‘김포골병라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경의중앙선 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꼴로 온다.
애당초 국내 신도시는 중장기적 광역도시 계획보다는 주택시장 안정에 방점을 두고 추진됐다. 사업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노선 갈등 같은 지방자치단체 사정까지 개입되면서 교통정책은 번번이 무산됐다.
신도시 기획 단계부터 교통 대책에 대한 관련 부처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택지개발이익을 교통망에 재투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재임 중에 꼭 착공하겠다고 약속한 GTX D, E, F노선 신설과 기존 철도망의 급행화, 광역버스 증차 등도 시급하다.
지금 신도시들이 진짜 바라는 건 서울이란 ‘이름표’를 갖는 게 아니다. 일자리와 문화생활 인프라가 풍족한 ‘서울 같은 도시’가 되는 것이다. 광역 교통이 좋아져도 굳이 서울 갈 일이 없을 만큼. 그러면 신도시 출퇴근 전쟁은 자연스레 끝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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