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표는 이날 동대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구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당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에게 그런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때는 당연히 어렵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만약 (대구 출마를) 한다면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험지인 서울 노원구에서 세 번이나 출마했던 이 전 대표가 여권 텃밭인 대구로 고개를 돌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저조한 TK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11월 1주 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TK 지지율은 48%다. 10월 3주 차(45%) 이후 3주 연속 50% 아래에 머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과 이달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이어 예방하는 등 TK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TK 민심 이탈은 윤석열 정부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다. 그동안 보수 진영 대통령은 대개 영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부산)을 제외한 박정희(경북 구미), 이명박(경북 포항), 박근혜(대구) 전 대통령이 TK에 뿌리를 뒀다. 반면 윤 대통령은 서울이 고향인 데다 국민의힘에 2021년 7월 입당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보수 적자’임을 강조하며 흩어진 TK 표심을 끌어모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셔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TK 지역 한 의원은 “대구·경북에는 정치인의 고향이나 출신을 보는 정서가 아직 남아 있다”며 “이 전 대표는 본인을 비롯해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TK 출신”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이 전 대표가 노원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무소속이든 신당이든 대구에서 출마하는 것이 남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다만 양당제 구조 탓에 신당 창당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과거 창당 작업을 했던 여권 관계자는 “득표율이 15%를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데 누가 선거에 나오겠느냐”며 “전국 단위에 후보를 내지 못하면 결국 비례정당 수준으로 가다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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