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한 펜트하우스를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 임원에게 특혜 분양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결 처리했다. 경찰 측은 1년 넘게 분양 절차 전 과정과 주택법 위반, 배임 수재 혐의 등을 강도 높게 들여다봤지만 불법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현대건설이 2018년 11월 서울 일원동의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를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소속 A 사장에게 분양한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종결처리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과 현대건설에 따르면 전용면적 176㎡인 해당 아파트는 2018년 3월 분양 당시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초 당첨자와 예비 당첨자 모두 계약을 포기했다. 현대건설은 시장 자극을 우려해 임의분양으로 전환한 후 사내 임원을 비롯한 복수의 계약 후보자들에게 의사를 타진했다. 당시 경기도에 거주하던 A사장은 서울 실거주를 위해 해당 펜트하우스 계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세 부담을 높이는 '9·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잠시 주춤한 상황이었다"며 "당시 30억원에 달하는 분양가와 엄격한 자금조달 규제 때문에 임의 분양을 위해 만난 고객의 상당수가 계약을 꺼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A사장과 현대건설의 주택법 위반 여부 등을 1년 이상 들여다봤지만 위법 여부를 발견하지 못했다. A사장이 아파트 소유권을 획득한 2018년 11월. 당시 주택법은 ‘당첨자 대비 최소 40% 이상을 예비입주자로 두고, 당첨자가 포기하면 예비입주자 중에서 입주자를 선정하도록 됐다. 이후에도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건설사가 정한 방법으로 분양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대건설은 이 규정에 따라 최초 당첨자와 함께 예비입주자 한 명을 선정했다. 그러나 당첨자와 예비입주자 모두 대출규제로 잔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계약을 포기했다. 현대건설 측은 "대출 규제로 공개 분양을 해도 또 다시 계약 포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며 "내부 법률 검토 등을 거친 후 임의 분양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2018년 12월 임의 분양을 금지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시행한 것도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 근거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토부가 임의 분양 금지 규정을 따로 만들었다는 걸 반대로 해석하면 2018년 12월 이전엔 임의 분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라며 "다각도로 조사를 했으나 적법한 분양 절차를 거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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