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예결위도 각종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면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세종청사에서 올라온 버스 두 대 중 한 대는 오후 6시께 예산실 공무원들을 태우고 여의도에서 세종으로 출발했다. 국·과장과 일부 주무 사무관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오후 6시에 모두 퇴근하라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사진)의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가 어린 젊은 사무관들은 일찍 퇴근하라는 특별 지시도 있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예결위에 앞서 부총리는 국회의원들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일일이 검토한다. 이 때문에 부총리가 근무하는 서울 임시 사무소엔 오전 7시부터 구두 보고를 위한 예산실 공무원들의 줄이 길게 서 있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런 풍경은 사라졌다. 추 부총리는 답변서를 사전에 서면으로 받은 후 추가 확인이 필요한 현안에 대해서만 예결위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보고를 받는다는 것이 기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산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런 모습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기재부 국장급 간부는 “추 부총리가 각종 경제 현안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데다 재선 의원 출신이어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도 일절 당황하지 않고 노련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예산실 공무원들의 부담이 예년보다 한결 덜해졌다는 것이 기재부 안팎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젊은 예산실 사무관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사무관은 “예결위가 열릴 때 오후 6시에 퇴근한다는 것은 지금까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털어놨다. 추 부총리는 목요일인 지난 9일 저녁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임시 사무실을 둔 예산실 공무원들을 위해 사비를 털어 치킨 40마리를 야식으로 배달하기도 했다.
예산실 근무 경험이 많은 일부 간부들은 자칫 이런 모습이 젊은 사무관들에게 ‘일상’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추 부총리는 노련한 재선 의원 출신이기 때문에 직원들을 불러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대응이 가능하다”며 “통상적인 경우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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