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말 신규 공모주의 가격변동폭 확대 조치가 시행된 후 상장 첫날 찍은 고점을 지금껏 갈아치우지 못한 공모주가 10개 중 7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날 외국인·기관 매도세가 짙었고, 물량 대부분은 개인투자자가 받아내는 양상을 보였다. 고점에 물린 개인투자자의 발생이 불가피했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6일 제도 개편으로 상장일 공모주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90~200%에서 60~400%로 확대된 후 지난달 말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31개의 공모주 가운데 22개 종목은 상장일 고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이들(22개) 종목 가운데 18개 종목은 상장 첫날 고점 이후 내리막을 지속해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내려왔다.
나머지 9개 종목(파로스아이바이오·엠아이큐브솔루션·파두·코츠테크놀로지·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스마트레이더시스템·시큐레터·아이엠티·워트)만이 고점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종목은 최근 증시 부진과 업황 침체,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고점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와 파두가 대표적이다. 파두는 지난 8일 실적 발표일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에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지난 9월 4일 기록한 장중 고가(7만7500원) 대비 주가가 68.45% 떨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 투자자의 상장 첫날 공모주 '팔자 성향'이 이전보다 강해졌단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퀄리타스반도체를 예로 들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상장 당일 130억원, 15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물론 이날 개인도 1772억원어치 팔았지만, 또다른 개인이 1945억원어치 사들이면서 순매수 금액은 플러스가 됐다. 기관과 외국인은 이와 반대로 매수보다 매도량이 많았다.
국채금리 급등, 중동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증시 변동성이 커진 점도 기관의 매도세를 부추겼다. 기관들은 더 큰 수익률보다는 빠르게 차익실현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로봇, 바이오와 같이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가치에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상장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보니 오래 들고 있기에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기관들은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조금 덜 사더라도 보호예수 기간을 짧게 걸거나, 보호예수를 하지 않는 방향의 주문을 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한 빠르게 물량을 빼 손실을 보지 않겠단 의지다. 통상 수요예측 기간 투자자들은 눈치싸움을 하다가 막판 물량 경쟁에 뛰는 경향이 있다. 이를 고려해 기업공개(IPO) 주관사는 우량 기관의 유입을 위해 첫날 주문을 걸거나, 물량을 많게 혹은 확약 비율을 높게 거는 기관들에 한해 물량 확보에 유리하도록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에서 첫날에 팔 목적으로 공모에 들어간다고 한다. 소위 말해 덜 먹더라도 치고 빠지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중장기적으로 들고 간다고 한들 올라갈 수 있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상장한 공모주의 경우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급의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기업들이었다 보니 길게 보유할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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