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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71년만에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가 발견됐다. 중국이 희귀광물에 이어 희토류까지 수출을 통제하며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48조원 희토류 '잭팟'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립에너지기술연구소(NETL)는 최근 와이오밍주 새리든 외곽에 위치한 라마코리소스 소유의 한 석탄 광산에 매장된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테르븀 등 희토류를 찾아냈다. 중국이 수출통제 목록에 올린 희귀광물인 게르마늄과 갈륨도 발견했다. 희토류 산화물 매장량은 약 110만미터톤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 희토류 산화물 소비량의 약 118배다. 시장 가치는 37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미국이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를 발견한 것은 1952년 이후 처음이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해상풍력터빈, 스마트폰, 전투기, 미사일, 레이더 등 다양한 첨단장비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암석층에서 매장돼있다. 그러나 NETL은 수년 간 암석층이 아닌 곳에서 희토류 및 희귀광물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 와이오밍 북동부 일대에 상당한 희토류가 묻혀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NETL은 이 모델을 이용해 다른 매장지에서도 희토류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라마코리소스는 곧바로 석탄 광산을 희토류 채굴지대로 전환하고 있다. 야금용 석탄 가격이 미터톤당 평균 184달러인 데 비해 희토류 가격은 최대 미터톤당 100만 달러를 넘는다. 이 회사는 오크리지, 로렌스리버모어 등 국립연구소와도 희토류 정제 및 자석 기술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에서는 단일 광산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네바다와 오레곤주 경계 지역에 있는 화산 분화구에서 최대 4000만t 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는 볼리비아 염호로 약 2300만t 규모다.
중국 수출통제에도 자체 공급망 확보
미국의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 확보는 중국과의 자원전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갖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막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할 경우에도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7일 ‘대량상품 수출입 보고·통계 조사 제도’ 규정을 개정하며 앞으로 희토류 수출업자는 수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갈륨과 게르마늄, 지난달 흑연을 수출통제 목록에 올린 데 이어 또 한 번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왕광화 중국 자연자원부 부장은 지난 8일 관영매체인 경제일보를 통해 “중국이 극한 상황에서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전략 광물의 채굴 탐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물 탐사 강화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예상하지 못한 국내외 비상 상황에 맞서 안보와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수년 간 중국의 희토류 자원무기화에 대응해 생산량을 늘려왔다. 2010년 미국의 연간 희토류 생산량은 1600t으로 중국 생산량(13만t)의 1.2%에 그쳤다. 이를 지난해 4만3000t까지 늘리며 시장 점유율 14.3%를 확보했다. 다만 미국은 임금 수준이 높고 환경 규제가 강해 중국에 비해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목된다.
미국은 주요 희토류 매장·생산국과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중국에 이어 희토류 매장량 2위인 베트남을 방문해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 국무부와 몽골 광물·중공업부 역시 지난 6월 희토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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