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파두가 상장 직후 ‘어닝 쇼크’로 주가가 폭락했다. 보호예수까지 해제되면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파두는 21.93% 하락한 1만8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어닝 쇼크로 하한가로 떨어진 데 이어 2만원 선도 내줬다. 지난 8월 상장 당시 1조5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923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공모가 3만1000원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9월 주가가 4만5000원까지 올랐으나 두 달 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지난 9일 처참한 3분기 실적을 내놓은 영향이다. 파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억2000만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보다 97.6% 급감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매출은 1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6% 줄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344억원으로 작년 동기(42억원) 대비 크게 확대됐다.
파두가 상장할 때 증권신고서에 제시한 실적 목표와 괴리가 크다. 파두는 올 1분기 17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분기 5900만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공모를 추진하던 2분기엔 1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이를 증권신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와 상장주관사가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은 1203억원으로 1~3분기 누적 매출 180억원의 약 일곱 배에 달한다.
일각에선 파두의 상장 예비심사를 맡은 한국거래소와 주관증권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두는 상장 때부터 비교기업으로 글로벌 팹리스 브로드컴 등을 내세워 고평가 지적을 받았다. 브로드컴의 올 2분기 매출은 8조원, 시가총액은 496조원이다.
보호예수(매각 제한 물량) 물량이 풀린 것도 주가 낙폭을 키웠다. 상장 후 1개월이 지난 9월 7일 825만 주, 2개월 후인 10월 7일 12만여 주가 풀린 데 이어 3개월 후인 11월 7일 373만8000주가 매각 제한에서 해제됐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