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산업혁명의 시초인 방적기,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건설해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석탄, 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철강산업의 선두에 올라섰으며 이를 알리고자 1851년 만국박람회(현 세계엑스포)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산업혁명에서 태동한 다양한 기계는 자동차산업으로 계승됐다. 하지만 영국은 자동차 대중화에 실패하고 축적된 자본의 힘으로 서비스산업인 금융, 보험 등을 성장시키며 제조업 기반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랜드로버, 미니, 벤틀리 등 고급화되고 독특한 자동차회사 소유권도 이제는 모두 독일, 중국 등 외국 기업이 갖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을 야심 차게 계획했던 브리티시볼트도 올초 파산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영국 방산 분야는 건재하다.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2023년도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서 영국은 미국(56개) 다음으로, 프랑스와 공동으로 5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에이이시스템스(7위), 롤스로이스(22위) 등이다. 이 밖에도 중국 4개사, 한국 3개사가 순위 안에 있으나 미국과의 격차는 크다.
그러나 현대판 흑사병으로 비교되는 코로나19 발생은 영국을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초기에 20만 명을 웃도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개인의 자유를 표방하며 마스크 도입을 주저하고 유통 마스크조차 품질 수준이 조악한 외국산 덴털마스크를 사용한 것이다. 마스크 생산 기업이 없는 데다 기존 국민건강서비스(NHS) 공급망에 등록된 제품은 품질이 조악했다.
영국 제조업은 199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47%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해 2022년 8.45%를 기록했다. 글로벌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2022년 조사된 125개국의 평균(13.12%)을 보더라도 무척 낮은 수치로 조사 대상국 중 98위다. 반면 우리나라는 1960년 11.4%에서 시작해 2021년 25.63%를 기록하며 세계 5위권 제조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나라의 GDP를 체격이라고 해 보자. 제조업은 체력이고 서비스업은 두뇌라고 하자. 위기가 닥쳤을 때 필요한 것은 우선 체력이고 빠르게 위기를 돌파하는 힘도 체력에서 나온다.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이슈는 각국이 동맹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공급망이 제품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라고 한다면, 제조업이 없으면 이제는 주변 친구까지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는 말이 있다. 예전 곰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됐고 이제는 그 곰들이 자본까지 축적해 사람 역할도 한다. 천년제국 로마가 왜 망했을까? 여러 시대적 요인이 있겠지만, 군대(제조업) 없이 외부 용병으로 지탱하다가 그 용병의 손에 멸망해버렸다. 우리나라는 기존 강점인 제조업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금융, 관광 등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균형 있는 국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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