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뉴욕증시를 휩쓸던 밈주식 열풍도 마찬가지다. 개인투자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뭉쳐서 게임스톱, AMC 등 일부 주식의 주가를 무작정 끌어올렸다. 한때 80달러를 넘었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금 12달러대로 떨어졌고, 주당 230달러 넘게 거래되던 AMC의 경우 현재 8달러 수준이다. 밈주식 열풍에 동참했던 수많은 개미는 결국 큰 손실을 떠안았을 것이다. 당시 헤지펀드 등 많은 기관투자가는 공매도에 나섰다. 이런 공매도가 없었다면 밈주식 버블은 더 심화했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개미 피해도 더 컸을 것이다.
이처럼 뉴욕증시에서 공매도는 버블 형성을 막고, 시장을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수, 매도와 함께 시장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가격 발견 기능의 한 축을 담당한다.
기관과 개인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는 수년간 제기돼온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는 대신 공매도 금지라는 ‘무식한’ 조치를 내놨다.
월가에서 활동하는 대부분 펀드는 ‘롱쇼트펀드’다. 매수와 공매도 전략을 함께 구사한다. 예를 들어 운용자금의 130% 규모는 매수, 30%는 공매도하는 식이다. 이런 펀드에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는 황당한 일이다. 한국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큰 시장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이런 펀드들은 아예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부총리는 매년 뉴욕을 찾아와 한국경제설명회를 해왔다. 해외 투자 유치가 목적이다. 또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온갖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는 이런 수년간의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상당 기간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어려울 것이다. 이번 조치가 장기적 시장 발전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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