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체제가 굳건한 미국에서 제3 후보가 당선되기는 어렵지만, 이처럼 박빙의 대결 구도에서 대선 판도를 가르는 변수가 된 예는 몇 번 있었다. 2000년 대선 때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의 득표율이 2.7%에 그쳤지만, 초박빙 지역(swing state)에서 앨 고어 후보 표를 갉아먹으며 조지 W 부시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는 데 공헌했다. 2016년 대선 땐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경합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지지표를 빼앗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에 기여했다. 물론 미국에서 제3 후보가 탄탄한 조직력의 전국위원회(DNC·RNC)와 촘촘한 당원 네트워크를 갖춘 민주당과 공화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긴 쉽지 않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가 무소속 출마를 준비했다가 포기한 것도 현실적 벽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제3 후보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기세가 상당하다.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24%의 만만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페로와 네이더 효과를 경험한 민주당과 공화당은 바짝 긴장하며 유불리 셈을 하느라 바쁘다. 친정인 민주당 지지층 이탈 관측이 나오지만, 여론조사상으론 트럼프의 표를 더 많이 잠식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게다가 초당파 중도 성향 정치 단체인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했고, 응답자의 26%가 이 단체 후보를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있다. 이번엔 ‘바이든도, 트럼프도 싫다’는 정서를 업고 제3 후보가 대선판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역시 다른 후보 당락을 좌우하는 조연에 머물까. 미국 대선이 흥미진진해진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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