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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엑슨모빌과 셰브런이 최근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달 11일 595억달러(약 81조원)에 셰일기업 파이오니어를 샀다. 파이오니어는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서 가장 큰 유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셰브런은 석유개발업체 헤스를 5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헤스는 남미 가이아나 연안에 대규모 광구를 소유하고 있다.
업계 1~2위인 두 회사의 잇따른 베팅은 글로벌 석유 시장이 M&A를 통해 재편되고 있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전후 BP와 아모코, 엑슨과 모빌, 셰브런과 텍사코가 합병을 통해 ‘에너지 공룡’으로 몸집을 불린 것과 비슷한 양상이 다시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캐시 미켈스 엑슨모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는 또 다른 인수 대상을 항상 찾고 있다”며 “1 더하기 1은 3과 같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M&A 거래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영국계 기업인 셸과 BP의 합병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이 같은 거래는 ‘피크 오일(Peak Oil)’ 전망을 무색하게 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몸집 불리기’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서면서 석유 시대가 머지않아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도 에너지 대기업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앞다퉈 빅딜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석유 수요는 2028년 하루 평균 1억570만 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2030년 1억150만 배럴, 2050년 9740만 배럴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중동 산유국 중심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반박하고 나섰다. “항공기 연료 등은 석유 대체재를 당장 찾아내기 어렵다”며 “전 세계 석유 수요는 2030년 1억1200만 배럴, 2045년 1억1600만 배럴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에너지 주요 기업이 글로벌 석유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 보고 최근 대형 인수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과도 일치한다. 마이크 워스 셰브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석유 수요는 2030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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