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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15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국 관계가 어떤 진전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수출통제, 지정학적 리스크,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 군사채널 복원 등 양국을 둘러싼 모든 주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미·중 패권 경쟁을 둘러싼 본질적 문제에 관한 합의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지만 내년 재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경제 회복이 절실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빅딜’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 주석의 방미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정상 만남은 양국 ‘윈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5~17일)가 열리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정상이 만나기로 한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양안 갈등이 더 심화해 중국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책임론이 대두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2월 정찰풍선 사건 이후 단절된 양국의 군사 소통 채널을 복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시 주석은 부동산시장 위기와 내수 부진으로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 등 서방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외 기업의 투자 확대와 수출 통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미국과 협력 방안을 모색할 전망이다.
미·중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쟁 구도 속 위험관리’라는 양국의 기본 관계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문제도 논의 주제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미 국채 매도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미 국채를 내다 팔면서 미국 장기 금리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각각 중국을 방문해 미 국채 매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미 국채 매수 요구를 받아들이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선물’을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질적 관계 개선은 어려워”
미·중 패권 경쟁의 ‘본질적 문제’에선 양국이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장 큰 쟁점인 인공지능(AI), 퀀텀,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對)중국 수출통제는 계속하겠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에 앞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만난 옐런 장관도 “중국의 특정 분야를 겨냥한 조치를 이어 나가겠다”고 재확인했다.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지속되는 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분리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만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무력 침공을 감행하면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베이징=이지훈/워싱턴=정인설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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