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가 16일 수능 이후 추가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게시판 등에서 타임오프에 대해 노조를 성토하는 글이 넘쳐나면서 ‘노-노’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건에 따르면 노조 간부들과 각 사업소를 관할하는 지회장들은 타임오프제를 사용하겠다는 신청서도 내지 않고 무단결근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노조에서 간부를 맡았던 영업사업소 소속 A씨는 지하철역에 근무해야 하는 201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약 4년간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다. 작년 7월 다른 역으로 근무지를 옮긴 뒤 지난 10월까지 계속 결근하고 있다. 그가 역에 배치된 뒤 지급받은 근무복은 미개봉 상태다.
노조 지회장을 맡은 B씨는 4조 2교대 야간근무를 해야 하지만 1년 이상 출근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8월 평일 시간대에 네 차례나 같은 당구장과 술집을 반복해 방문했다. 9월 야간근무 시간에는 출근 대신 술집에서 노조 간부들과 저녁을 먹은 뒤 귀가했다. B씨의 관리자는 지난 1월 16일 자신이 발령받은 후 B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신호관리소에서 일하는 노조 지회장 C씨는 지난 8월 타임오프 신청서를 내지 않고 출근하지 않기를 반복했다. 9월 16일 야간근무 시간에는 남대문시장에서 노조 간부들과 술을 마시고 오후 9시께 만취 상태로 4호선 지하철 객실에 쓰러져 있는 등 추태를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오프를 활용한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업을 둘러싼 직원 여론도 차갑게 식고 있다. ‘노조 간부가 정원(TO)만 차지하는 게 문제인데, 인력 충원을 주장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파업 직전 노사가 인력 충원을 포함한 상당한 합의에 진전을 이뤘음에도 파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한 직원 불만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력 충원이 들어 있는 안을 노조가 걷어찼다’, ‘평타(평균치) 이상인 합의 내용인데 왜 파업하느냐’ 등의 글이 줄을 잇는다.
막판 협상에서 공사는 경영 혁신을 노조가 받아들이는 대신에 안전 부문 추가 인력을 확충하고, 수당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무산 직후 이런 내용을 담은 김완중 노사협력실장 명의의 글이 공개되면서 직원 불만이 더 커졌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협상문을 썼으나, 보이지 않는 저의에 의해 결과가 부정됐다”고 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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