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하청 직원이 원청과 교섭…"강성노조 사업장, 1년 내내 파업할 수도"

입력 2023-11-12 19:12   수정 2023-11-20 17:09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11일 ‘개정안 즉각 시행·공포’를 요구하며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도 “법안을 공포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개정안이 ‘파업조장법’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정안을 둘러싼 5대 쟁점을 짚어본다.

12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은 노조·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한 당사자만 사용자로 분류되지만 개정안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수천 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경제인협회는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해 파업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9일 브리핑에서 “일부 기업은 1년 내내 교섭하고 강성노조 사업장은 1년 내내 파업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침소봉대”라고 반발하자 고용부는 “교섭해야 할 노조가 늘어나면 파업도 당연히 증가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정안은 파업 대상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바꿨다. 지금은 임금 인상률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이익분쟁)에 대해 파업이 허용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고자 복직, 회사 소재지 이전 등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계는 ‘1997년 노조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용부와 경영계는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해 1997년 파업 대상을 ‘이익 분쟁’으로 제한했는데, 이를 무력화한 것이란 반응이다. 고용부는 “(정당한 해고 같은) 이미 확정된 내용에 대해서도 파업과 실력행사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파업 만능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근로조건 개선을 명목으로 한 ‘정치 파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회사의 방어권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개정안은 불법파업에 대해 ‘법원이 배상 책임자별로 귀책 사유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불법파업 가담자의 가입 정도를 기업이 일일이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전까지는 가해 조합원이 불법 파업에 가담했는지만 입증하면 됐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법파업) 가담자별로 책임 비율을 따져야 한다”며 “입증책임을 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소송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대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09~2022년 8월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파업 손해배상 사건은 151건,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2752억원이었는데 이 중 민주노총 관련이 142건, 2742억원이었다. 사건 수 기준으로 93.4%, 청구액 기준 99.6%다.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이 2010년 대법원의 ‘현대중공업 판결’에 근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시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이 사내 하청근로자의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사내 하청업체를 폐업한 것을 ‘부당 노동행위’로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부 관계자는 “2010년 대법 판결은 사용자가 노동 3권을 침해하는 ‘지배·개입’에 관한 것이지만 노조법 개정안은 ‘단체 교섭’에 대한 것”이라며 “엄연히 목적과 기능이 다른 제도인데 사용자 개념을 동일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때 노조법 개정안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놓고도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강행 처리한 것도 논란이다. 결국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윤 대통령에게 ‘불통’ 이미지를 씌우는 동시에 노동계 표심을 얻기 위한 계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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