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주 삼일PwC 딜 부문 1그룹장(부대표·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양상이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구조 재편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류 대표가 이끄는 딜1그룹은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PEF, 중소·중견기업의 인수합병(M&A) 자문을 담당한다. 그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섰다”며 “그룹의 장기 비전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카브아웃’(사업 분할 후 매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C다. SKC는 지난해 필름사업부를 국내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데 이어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사업부도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폴리우레탄 원료 사업을 하는 SK피유코어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했다. 딜1그룹은 SKC의 중국 반도체 기초소재사업(웨트케미칼·세정사업) 매각 과정에서 프로젝트 발굴부터 매수자 연결, 회계 및 총괄 자문까지 전담하며 두각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류 부대표는 “불황기엔 거래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축적한 M&A 자문 경험과 네트워크 덕분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볼트온’(유관 기업 인수) 거래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수익성 개선의 노하우를 지닌 중견기업과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하고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 PEF가 주 원매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부를 매각한 기업들의 행보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SK그룹의 경우 ‘딥체인지’로 대표되는 탈카본 신재생에너지,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CDMO(위탁생산개발) 등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팜테코와 SK온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추진한 것처럼 장치 산업은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기술과 관련된 유수업체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현대차·기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최근 동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부진을 겪었는데 이를 인도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시장에서 만회하면서 추가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리스크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기 위해 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에 속하거나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사 대비 시장 지배력이 확고한 기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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