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 노사관계의 질서와 균형을 붕괴시키고,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며, 분쟁만 야기하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각계각층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처리됐다. 이러한 우려에 대하여 ‘침소봉대’라는 견해가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안되는 4가지 이유를 정리해본다.
◆노동법의 근간 붕괴 및 대체근로 금지에 따른 원청의 사업운영이 불가
노란봉투법 중 핵심은 사용자성 확대다.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적어도 계약관계를 토대로 단체교섭, 단체협약 등 노동조합법상 여러 제도들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데,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시켜 이제는 계약관계가 없는 이들 사이에서도 노사관계가 형성된다. 진지한 고민과 토론 없이 노동법의 근간을 뒤흔들어버린 상항이다.
사용자성 확대는 노동조합법 제43조 대체근로 금지와 맞물리면서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문제를 발생시킨다.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쟁의행위 기간 중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주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원래 하청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면 원청이 업무를 회수하여 직접 하거나 다른 곳에 도급을 주어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면서 교섭결렬을 이유로 쟁의행위를 했을 때 원청으로서는 대체근로금지, 대체도급금지 때문에 이제 두 손 놓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원청은 터무니 없는 요구를 들어주든지 사업을 멈추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과도한 우려라는 견해도 있으나, 사용자성 확대를 지지하는 측의 주목적이 이 부분에 있다는 것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알고 있고, 이는 막연히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분쟁 사례로도 있는 일이다(대법원 2021도11473호로 계속 중).
◆사용자성 확대로 단체교섭 혼란 및 노사자율 침해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기준에 따라 노사관계가 형성된다. 문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이 모호하여 누가 누구의 사용자인지 또는 누구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지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그 동안 노사관계가 형성되리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던 이들과의 관계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하는 불의타를 맞게 되었고, 누구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지 알 길이 없다.
범위를 좁혀 원하청 관계만 놓고 보더라도 1차, 2차…N차 하청까지 있는 구조에서 원청은 몇 차 하청의 근로자들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가? 그리고 N차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는 누구누구인가? 아무도 답을 할 수 없고, 모든 것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 노사자율은 없다.
또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은 필연적으로 안건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예를 들어 작업 시간과 작업 장소에 대한 지배·결정하는 주체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단체교섭 안건별로 매번 다툼이 벌어지고, 법원에서 ‘이건 원청이랑 교섭하세요’. ‘저건 1차 하청하고 교섭하세요’라고 정해줘야만 단체교섭이 가능하다.
추가로 원청과 하청의 계약은 기간만료, 해지 등 언제든지 종료될 수 있고, 계약이 종료되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결정력은 상실할 수밖에 없는데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하다가 계약이 종료되면 어떻게 되는가? 한참동안 진행되던 단체교섭은 없던 게 되어 버릴텐데,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자력구제의 만연
노란봉투법은 기존에 이익분쟁에 한정되던 쟁의행위의 대상을 권리분쟁 사항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였다. 원래 쟁의행위는 이익분쟁 사항, 즉 단체협약에 포함시킬 내용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이유로, 즉 단체교섭이 결렬되었을 때 주장의 관철을 위하여 하는 것이 개념상 당연하다. 그러나 단체협약 해석에 대한 다툼 등 법률이 정한 분쟁절차를 통하여 해결이 되어야 하는 사항까지 쟁의행위라는 실력행사를 통하여 관철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법률적으로 누구 말이 맞는지 따져 보아야 하는데, 누가 더 힘(노동조합의 조직력 대 회사의 파업대응력)이 센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체계가 정해 놓은 정식 분쟁해결의 장은 도외시되고 장외에서 자력구제가 행해지는 것이고, 법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것이다.
◆불법파업에 대한 제재 불가
원래 불법행위를 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면 형사상· 민사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불법행위 또한 형사상 업무방해죄,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 법리에 따라 응당 책임을 부담하여 왔다. 그러다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전격적인 파업’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례가 변경되어 형사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고, 사용자로서는 민사상 손해배상만이 불법파업에 당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후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불법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이 누구인지 확인한 후 각각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들이 손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즉 귀책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집단적 행동으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해 가담자별로 각각 이를 입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파업에 대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마저 거의 실현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불법행위에 대해 이렇게까지 면죄부를 주고 보호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균형있는 노사관계 형성이 가능할까? 너무도 이해하기 어려운 입법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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