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3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 방향의 핵심은 특정 업종·직종에 한해 연장 근로시간 관리단위를 1주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노?사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도입할 수 있도록 하되 1주 최대 근로시간 설정 등 근로자 건강보호 방안도 담겼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찬성 여론을 확인했으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업종과 직종도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만 발표해 구체적인 지정까지는 산넘어 산이다.
고용부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노사 모두의 긍정적인 여론을 확인한 것을 나름의 성과로 보고 있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주52시간제'에 대해선 국민의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 됐다’고 응답해 우호적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6개월간 1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가 발생했는지를 묻는 질문엔 근로자의 27.0%가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간 '현행 근로시간 규정 탓에 어려움 겪었다'고 응답한 사업주도 14.5%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1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 문제를 해소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직종과 업종에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수요도 확인됐다. 1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경우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동의한다고 응답했지만 근로자 29.8%, 사업주 26.3%, 국민 29.8%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변해 긍정적 여론이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일부 업종'에서만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근로자 43.0%, 사업주 47.5%, 국민 54.4%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 비동의 의견과 격차가 더 컸다.
이번 결과에 따라 특정 업종과 직종에 한해 개편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필요한 업종직종에 한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로 한정하지 않고 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노사가 원하는 경우'란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때 필요한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는 제조업(근로자 55.3%, 사업주 56.4% 동의)과 건설업(근로자 28.7%, 사업주 25.7%), 직종으로는 설치?정비?생산직(근로자 32.0%, 사업주 31.2%), 보건?의료직(근로자 26.8%, 사업주 22.8%), 연구?공학 기술직(근로자 22.2%, 사업주 26.4%)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최근 6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발생한다고 응답한 사업주만을 대상으로 발생 직군을 물어본 결과 생산직 73.0%, 사무직 18.7%, 서비스직 9.8%, 관리직 9.7% 순으로 높았다. 정부는 향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편안을 적용할 업종을 정하고 개혁의 공감대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멈춰선 데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노정 관계가 격화된 만큼 노동계를 설득하는 작업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상한선을 설정하고 근로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근로자 55.5%, 사업주 56.7%)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근로자 42.2%, 사업주 33.6%)을 가장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희 차관은 “업종 직종별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에 대한 실증 데이터와 추가 실태 조사 통해 업종과 직종을 세부적으로 선정할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용부는 ‘공짜야근’ 근절을 위해한 포괄임금제 단속에 행정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근로시간 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 대상으로 현장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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